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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상] 버드나무 활극 / 김대성

 

 

버드나무 그림자에 불을 붙인다. 불을 씹어 화병(火病)을 태운다. 마음의 경계가 무너진 수면. 찌불은 물의 흐름을 끊어 놓고 어둠은 고여 잠잠하다. 여명 속으로 가라앉는 급류. 능청능청 물밑으로 그늘을 밀어 넣는다. 허공의 발목에 안개의 푸른 띠를 채우고 무대 위를 껑충 뛰어오른다. 주린 목구멍을 열고 있다. 목구멍 속으로 쭈르르 미끄러지는 구렁이. 빛기둥을 틀어쥐고 있다

 

달빛은 물속에 고름을 짜내고 밤새 귀가 아프다. 완성을 목표로 쏟아지는 빛. 찌불을 밝혀 물결무늬 속 문장을 읽는다. 물의 행간체가 덜컹거린다. 녹색 구렁이의 혀가 잘리고 빛기둥 아래 소금쟁이들이 수면의 뇌관을 당긴다. 달빛에 쏘인 버드나무 가지들이 경악한다. 흔들리고 있다. 고목은 물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웅크린 벼랑 아래로 실버들이 유탄처럼 생각을 늘어트리고 있다

 

밤새 털 달린 짐승들이 내려왔다가 잠시 나를 견디고 갔다. 마음의 여울을 흔들 때마다 고독은 유쾌하다. 산중협곡 뭇별들은 또렷하고 털 달린 짐승들은 착하다. 물속 고름집이 터지고

 

찌 불 하나가 뭉클, 솟아오르고 있다.

 

 

 

 

 

[우수상] 녹이 슬었다 / 정진혁

 

 

십정동 골목 옛집 철제대문 앞에 걸터앉아 어제를 기다리다가 구멍 뚫린 녹의 냄새를 맡다가 감꽃이 똑 떨어지는 골목에 쇠망치처럼 앉아 있다가 희미한 시간에 대해 물어보다가 압정 같은 대답에 온몸을 찔리며 빨간 노을을 따라가다가

 

철판 같은 당신의 이름에 녹이 슬었다 녹은 습기 쪽으로 치우쳐 하지 않은 말을 피워내고 있었다 녹을 감추기 위해 파란 페인트를 두껍게 칠해 놓았다 기억은 우툴두툴 보기 흉했다 어딘가 존재하지만 부를 수 없었다 꽃은 잠깐 왔다 갔지만 녹은 한 번 와서는 혼자 가지 못했다 내 손에는 녹을 닦아줄 그 무엇도 남지 않았다

 

녹은 차가운 쇠에 입혀진 무늬 당신 속의 녹은 아마도 내 입김이 다녀간 시간이다

 

누군가를 다시 부르는 일은 녹슨 대문을 밀어 보는 일 저 안의 풍경이 삐그덕 소리를 냈다 닿는 것마다 녹물이 들어 지워지지 않았고 피 같은 비린 냄새를 풍겼다 녹은 소리도 없이 조용히 왔다 종아리가 가려워 벅벅 긁었다 뻘건 녹 가루가 땅에 떨어졌다 온 몸에 녹이 슬었다

 

 

 

사랑이고 이름이고 저녁인

 

nefing.com

 

 

어느 해 보다 열기를 더했던 의령 천강문학상의 올해 수상자가 결정됐다. 2일 군에 따르면 천강문학상운영위원회(위원장 오영호 의령군수)는 제6회 천강문학상 수상자를 확정, 발표했다.

 

분야별로는 시에 347 2538, 시조에 104명에 749, 소설에 179명에 317, 아동문학에 동시 163 1189편과 동화 70 217, 수필에 220명에 668편이 접수됐다.

 

시 부문 대상은 서울 최정아씨의 꽃피는 칼이 차지했으며, 시조 대상은 경기 화성 박복영씨의 저녁의 안쪽이 차지했다.

 

소설 대상에는 전북 익산 이경호씨의 중편 늑대를 기다리며, 아동문학 대상은 서울 김정민씨의 동화 내 의자, 그리고 수필 대상은 경기 의정부 조현미씨의 항아리가 각각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각 부문별 우수상은, 시는 서울 김이솝(본명 김대성)씨의 버드나무 활극과 인천 계양 정진혁씨의 녹이 슬었다’, 시조는 경기 안성 이윤훈씨의 셔코항에서와 경기 고양 조경선씨의 배웅이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

 

또 소설은 서울 양진영씨의 단편 냉동 발레리나와 대전 최석규씨의 소설이 곰치에게 줄 수 있는 것’, 아동문학은 울산 장석순씨의 동시 덩굴손과 경기 안양 김귀자 씨의 동시 전철역 비둘기’, 수필은 대구 김이랑(본명 김동수) 씨의 헌책방을 읽다와 충북 청주 조옥상씨의 무종이 각각 선정됐다.

 

6회 천강문학상 상금은 소설 부문 대상이 1000만원, 우수상은 500만원이다. 시와 시조, 아동문학, 수필은 대상에 각 700만원, 우수상은 각 300만원이 수여된다.

 

시상식은 곽재우 장군 탄신 462주년 다례식과 병행하여 오는 21일 일요일 오후 4시 의병박물관 야외 특설 무대에서 열린다.

 

천강문학상은 의령군이 의병장인 곽재우 천강 홍의장군의 숭고한 뜻을 기리고, 문학의 저변확대와 우수 문인 배출은 물론 인물의 고장 의령의 브랜드를 더 높이기 위해 제정한 문학상으로 천강문학상운영위원회의 주최아래 의령문인협회가 주관해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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