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낙엽 / 장철문
아이는 새잎처럼 자라고, 나의 비유는 끝이 났다
올해 나는 잣나무 잎 지는 시기를 새로 알았다
송홧가루 날려 새잎 돋을 때다
꽃가루가 먼지와 섞이고 새잎에 빗방울 꿰일 때
나의 비유는 끝이 났다, 수맥이 옮겨간 숲처럼
나의 언어는
죽은 새의 부리처럼 갈라졌다
실뿌리에 축축하던 습기는 사라졌다
바라던 대로
오월의 산빛은 비유의 바깥에 있다
바라던 대로
파도와 비애는 언어의 바깥에 있다
비유는 죽고, 나만 앙상하게 남았다
내 생의 최대의 비유가
생리를 시작하기도 전에
나의 언어는 바닥을 드러냈다
변명의 여지도 없고, 불입할 낙장도 없다
오늘 잣나무가 쭉정이를 떨어뜨리는 시기를 새로 알았다
질펀하게 깔린 잣잎 위에
열매를 맺지 못한 작년의 잣송이들이 즐비했다
절필(絶筆),
아니면 녹음(綠陰)일까?
그 어느 쪽도 소식 없다
비유의 바깥
nefing.com
제18회 백석문학상 수상작으로 장철문(50) 시인의 시집 '비유의 바깥'(문학동네)이 선정됐다고 상을 주관하는 출판사 창비가 2일 밝혔다.
심사위원단은 "좋은 시는 표현된 것 이상의 여백을 통해 더 큰 울림을 창출하기도 한다. '비유의 바깥'의 뛰어난 시들은 근래 한국시가 도달할 수 있는 수준을 훨씬 더 상회한다"고 평가했다.
장 시인은 1994년 '창작과 비평' 겨울호에 '마른 풀잎의 노래' 등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올해 6월 펴낸 '비유의 바깥'은 네 번째 시집이다. 총 여섯 개의 매듭 안에 총 51편의 시가 나뉘어 담겨 있습니다.
백석문학상은 시인 백석(白石)의 업적과 문학 정신을 기리기 위해 그의 연인이었던 자야(子夜) 김영한 여사가 출연한 기금으로 1997년 제정됐다. 최근 2년간 출간된 시집을 심사해 수상작을 선정한다.
시상식은 24일 오후 6시 30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다. 상금은 2천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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