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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상] 시간 고속열차를 타고 / 전석홍

- 사랑하는 우진에게

 

 

1

산골 간이역에서 시간 고속열차를 탔느니라

고빗길 평탄한 길 수없이 오르내리며

거쳐 온 세상은 아름다웠어라

 

화평한 가정은 힘의 샘이었느니

신이 주신 귀한 가족이 있어

힘껏 뛸 수 있었고 행복했노라

 

2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왔다가

기다림 없이 지나가 버리는 것

무명의 이 시간을 네 것으로 만드는 것은 오직 너 뿐

걷는 자만이 앞으로 나아간다가훈 이어받아

분초를 하늘의 무게로 알고

너만의 땀으로 네 꼬리표를 붙여야 하리

 

3

시간 고속열차는 무한에서 무한으로 달린다

그러나 사람은 누구나 어느 간이역에서

맨몸으로 혼자 내려야 하는 것

몸과 영혼은 가고 남는 것은 오직 이름뿐이리니

네 이름에 검은 덧칠을 하지 말아야 하리

정직, 성실, 신의의 표지를 꽝꽝 못 박아

간이역에 애릴 때 한 점 부끄럼이 없어야 하리

 

 

 

시간고속열차를 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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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회 영랑시문학상 본상에 장석주(59) 시인의 시집 '오랫동안'(문예중앙)이 선정됐다고 계간 '시와시학'이 봄호에서 밝혔다. 특별상에는 전석홍 시인(79)의 시집 '시간 고속열차를 타고'(시학)가 뽑혔다.

 

이번 시집은 장석주 시인의 열다섯 번째 시집으로 지난 시집 몽해항로를 출간한 이후 1년 만에 발표하는 55편의 신작시들이 실려 있다. ‘주역시편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이번 시집은 시인의 방대한 독서와 동양 사상에 대한 깊은 천착을 바탕으로 한 노자, 장자에 대한 주석 달기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시인의 삶은 온전히 책 읽기와 글쓰기에 바쳐져 있다. 삶을 관조하고 그것의 비의를 찾아내는 깊은 시선이 이로부터 나온다. 또 이는 삶을 단순히 대상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인의 생체험을 수반하고 있다. 그리하여 체험의 기록이면서 명상의 기록인, 놀라운 깊이의 시집이 탄생했다. 주역의 속화된 가르침을 깨고, 주역의 안팎에서 세계의 모습을 세우기 위해서 우리 자신의 의지를, 그것도 순수한 실패에 대한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말하는 시인의 목소리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심사위원단은 주역이라는 사유의 그물로 삶과 세계의 법도와 원리를 심도 있게 포착해 나아가면서 현대시의 폭과 깊이를 밀도 있게 형상화했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오랫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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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랑시문학상은 김영랑(19031950) 시인을 기리기 위해 제정했다. 시인의 고장인 강진군이 주최하고 영랑시문학회와 계간 '시와시학'이 공동주관한다. 시상식은 426일 오후 6시 강진군 강진읍 시문학파기념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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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해항로1 / 장석주

- 樂工

 

 

누가 지금

내 인생의 전부를 탄주하는가.

황혼은 빈 밭에 새의 깃털처럼 떨어져 있고

해는 어둠 속으로 하강하네.

봄빛을 따라 간 소년들은

어느덧 장년이 되었다는 소문이 파다했네.

 

하지 지난 뒤에

黃菊과 뱀들의 전성시대가 짧게 지나가고

유순한 그림자들이 여기저기 꽃봉오리를 여네.

곧 추분의 밤들이 얼음과 서리를 몰아오겠지.

 

一局은 끝났네, 승패는 덧없네.

중국술이 없었다면 일국을 축하할 수도 없었겠지.

어젯밤 두부 두 모가 없었다면 기쁨도 줄었겠지.

그대는 바다에서 기다린다고 했네.

그대의 어깨에 이끼가 돋든 말든 상관하지 않으려네.

 

갈비뼈 아래에 숨은 소년아,

내가 깊이 취했으므로

너는 새의 소멸을 더듬던 손으로 악기를 연주하라.

네가 산양의 젖을 먹고 악기의 목을 비틀 때

중국술은 빠르게 주는 대신에

밤의 邊境들은 부푸네.

 

 

 

 

몽해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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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미네르바가 주최하는 제1회 질마재문학상 수상자로 시인 장석주(56·사진), 질마재해오름문학상 수상자로 시인 고영(44)이 선정됐다. 수상 시집은 각각 몽해항로너라는 벼락을 맞았다이다.

 

심사위원들은 장씨의 시집 몽해항로깊은 사유가 녹아있으면서도 감각적인 면을 생동감 있게 살려냈다자연사상을 통해 현대문명의 모순을 풀고자 한 점을 높게 샀다고 평했다.

 

고씨의 시집 너라는 벼락을 맞았다에 대해서는 상투성 또는 시류성과 담을 쌓고 제 자신의 시를 썼다는 점에서 개성적이라고 평가했다.

 

질마재문학상은 10주기를 맞은 미당(未堂) 서정주(1915~2000)를 기리고자 올해 처음 제정된 상이다. 시상식은 29일 서울 대학로 함춘회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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