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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찰의 강을 건너 / 강창민

-공자여!

 

이 강에 이르기까지 오랜 자책과 불면

왜곡한 그대의 도덕으로

늘 후회하며 잠들곤 했다

나를 톺아갈수록

허물어지고 부서지는

부질없던 공허!

내 인식을 감싸던

이 회상을 벗기기 위한

선과 노래와 술

그것도 포승이 되어

칠십 인생을 옭아매었다

그렇구나!

날마다 걷고 달려

몸이 먼저 부서지고

허덕거리는 내 인식이

비로소 참회하기 시작한다

 

 

 

성찰의 강을 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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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소감] 그 소가 그 소!

 

혜산 문학상 수상자가 되었다는 연락을 받는 순간혜산 선생님께 이 소식을 전하고 싶다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칠십 년대 초반강의가 끝나면 선생님 연구실로 달려가 한 주일 동안 쓴 시를 내밀고말없이 서 있다가 돌아오던 그때 생각도 났습니다방학이면 쓴 시를 싸들고 연희동 선생님 댁으로 찾아뵙던 그 시절도 생각납니다아직도 제게는 연희동의 그 집에는 선생님과 사모님께서 함께 계십니다많은 사람들이 이사 가거나 세상을 떠나가면서 그들의 자취가 지워집니다그러나 제게 연희동의 선생님 댁은 아직도 별자리처럼 뚜렷합니다.

 

혜산 선생님께서는 저를 시인으로 이끌어주시고평생을 시인의 삶을 살게 해주셨습니다시를 통해 세상을 보고시를 통해 저 자신을 성찰하게 해주셨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추천사에 시를 대하는 저의 태도를 소에 비유해서 말씀해주셨습니다.

 

오늘 추석날 새벽그 말씀의 속뜻을 비로소 받아들였습니다제가 평생 시라는 굴레와 세상과 저 자신에 대한 무거운 짐을 멍에로 지고 살아온 것이 보였습니다그랬습니다시는 굴레였고시인은 멍에였습니다제가 시를 대하는 태도가 소가 밭을 갈고 짐을 져 나르는 듯하다는 것은 따뜻한 배려였습니다그러나 그것이 전부인 줄 알았습니다그래서 ‘시인’이라는 멍에는 때로 팽개칠 수 있었으나 ‘시’라는 굴레는 코뚜레처럼 꿰고 살았습니다.

 

오늘 새벽문득 보았습니다.

 

시인은 바람 같이 자유롭고시는 바람이 언제나 마음껏 떠도는 너른 빛의 천지라는아직도 그런 돌개바람 같은 생각을 하는 저 자신을 보았습니다그건 치기로 가득 찬 젊은 날시도 인생도 모르던 시절에 했던 허사처럼 치졸한 생각이었습니다.

 

그동안 아무런 성찰도 없이 지내온 것들누가 씌우지도 않은 시인의 멍에를 스스로 메고누가 꿰지도 않은 굴레를 스스로 꿰고 살아온 제 삶을 보았습니다.

 

시를 쓸 때나 강의실에서 저는시인은 노래처럼 가볍고시는 찬란한 깨우침이라고 말했습니다그러나 제게 시나 시인은 고통이고 부끄러움이었을 뿐이었습니다맑은 몸으로 새벽에 깨어나 저 자신을 바라보거나술이나 일에 취해 밤을 지새울 적에도 언제나 그 모멸감에 몸을 떨어야 했습니다그게 바로 소의 모습이었습니다.

 

소는 날마다 밭을 갈고무거운 짐을 지고 자갈밭이나 가파른 언덕길을 오릅니다.날카로운 뿔이 있지만 그 뿔은 제 곁으로 다가오는 것들을 거부할 적에 휘두를 뿐이었습니다그런 저를 소에 비유하셨습니다그 비유에는제가 스스로 세상의 짐을 졌듯이 언제나 스스로 부릴 수 있고제 스스로 굴레를 꿰었듯이 제 스스로 벗어버릴 수 있다는 눈물겨운 암시가 숨어 있었습니다.

 

시가문학이 발견이고 깨달음이라고 늘 말해 왔던 그것을, 오늘 아침 새롭게 알았습니다그 소가 그 소였다는 것을!

 

이런 깨달음을 얻는 데 도움을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안성시장님과 안성문학회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특히 조남철 위원장유성호 교수를 비롯한 심사위원들께도 감사드립니다그리고 정현기최유찬 교수와 신승철 시인을 위시한 선후학들과 여러 친지들과 연변의 김병민 교수와 여러분 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누나와 시원상원은주한테도도반들께도 이 즐거움을 보냅니다.

 

아직중요한 인사가 남았습니다.

먼저 떠난 아내 강경화생각만 해도 가슴이 아립니다이 시집의 많은 부분을 그에 대한 그리움과 외로움으로 채웠습니다그러나 깨우치지 못하면 다음 생에 만나도 서로 알아보지 못한다는 그 애잔함에더 이상 슬퍼하지 않습니다.

 

현기 선생님 감사합니다.

아직 못다 한 여러 인사는 제 가슴 속에 새기겠습니다.

 

 

 

작은 풀꽃처럼 주저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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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15회 박두진문학상 심사는, 예심에서 추천된 올라온 후보 여덟 분을 대상으로 하여, 그분들이 최근에 상재한 시집을 차근차근 윤독해가면서 진행되었다. 이분들은 우리 시단에서 모두 남다른 위상을 점하고 있는 중진 및 중견 시인들인지라 미학적 성취의 높고 낮음에 차이를 두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수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심사위원들은 매우 깊이 있고 탄탄한 시적 성취를 보여주는 시인들을 만나보게 된 것이다. 오랜 논의 끝에 심사위원들은 강창민 시인의 최근 성취가 박두진문학상의 기율을 충족하고 있다고 합의를 이루었다. 곧 강창민 시인의 시편들이 투명하고 심미적인 전언과 함께 언어적 친화력과 보편적 인간 본질에 관한 사유를 결합하였다고 보았다. 결국 심사위원들은 이러한 강창민 시인의 언어와 사유가 혜산 박두진 선생이 추구해온 인간 본질에 대한 깊은 투시의 세계와 만나는 섬세한 지점이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강창민 시인은 등단 50년을 코앞에 둔 중진 시인으로서 서정시를 통해 존재론적 빛과 그늘을 처연하게 고백해온 분이다. 시인은 내면으로 찾아오는 슬픔과 쓸쓸함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되어야 할 삶에 대해 낮고 부드럽고 융융한 목소리로 마음의 풍경첩을 완성해왔다. 특별히 시인은 이번 수상 시집 ?성찰의 강을 건너?를 통해 지나온 시간을 응시하는 삶의 형식에 대해 질문을 이어가고 있는데, 이때 그의 시쓰기는 삶과 사물의 심층을 들여다보는 근원적 원리로서 등극하게 된다. 성찰과 그리움의 과정을 흰 바탕으로 삼으면서 거기에 사물과 사람과 풍경을 눌러 담은 시학이 강창민의 이번 시집을 가득 채우고 있다 할 것이다. 탈향과 귀향, 유목과 정착이라는 시쓰기의 결실을 안아들이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강창민 시인은 거기에 특유의 넉넉한 품으로 삶과 죽음, 현실과 초월의 양상을 풍요롭게 드러내준 것이다. 이번 수상이 시인의 오랜 시력에 상응하는 큰 의미를 부여해주기를 희망해본다.

 

3회 안성문학상에는 박희헌 시인의 시집 ?안성천 잠언 시가집?이 선정되었다. 이 시집은 시인 자신의 구체적 경험을 통해 자신의 삶을 바라보면서, 신앙적 세계에 바탕을 둔 사향(思鄕)의 정신을 역동적으로 담아낸 결실이다. 타인의 텍스트와 자신의 목소리를 씨줄과 날줄로 엮어가면서 안성의 정신과 역사와 현장을 두루 엮어낸 세계를 표현해주었다. 더불어 그의 시는 대상을 향한 한없는 그리움을 가진 채, 자연 사물과 정겨운 일상들을 포괄하면서 가장 원형적인 상()을 탐구해마지 않았다. 수상을 축하드린다.

 

거듭 두 분 시인의 수상을 축하하면서, 두 분 수상자의 고유한 시적 연금술이 지속적인 진경으로 우리 시단에서 이어져가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심사위원

조남철(위원장, 전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총장, 혜산 박두진문학제 운영위원장)

오문석(문학평론가, 조선대학교 교수)

김병호(시인, 협성대학교 교수)

유성호(문학평론가, 한양대학교 교수)

 

 

 

비가 내리는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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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산 박두진문학제 운영위원회와 한국문인협회 경기도 안성지부(지부장 하종성)는 ‘제15회 혜산 박두진 문학상’ 수상자로 강창민 시인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혜산 박두진 문학상은 시인 박두진(1916~1998)의 시 정신을 기리기 위해 시인의 고향인 안성시의 후원으로 2006년 제정되었으며, 수상자는 우수한 시적 성취와 활동을 보여준 시인 가운데 박두진의 시 정신과 시 세계를 고려하여 예심과 본심을 거쳐 선정된다. 

 

문학상 심사위원회는 강창민 시인의 작품들이 서정시를 통해 존재론적 빛과 그늘을 처연하게 고백한 작품으로 보고, 투명하고 심미적인 전언과 함께한 시인의 언어와 사유가 혜산 선생이 추구해온 인간 본질에 대한 깊은 투시의 세계와 만나는 섬세한 지점이었다고 수상자 선정 이유를 밝혔다.

 

또한, 강창민 시인의 시 세계가 탈향과 귀향, 유목과 정착이라는 쓰기의 결실을 보여주면서 그 내력들로 하여금 삶과 죽음, 현실과 초월의 양상을 유추하게끔 하는 특성을 지속적으로 보여 왔다고 평가했다.

 

특히 수상작으로 선정된 시집 『성찰의 강을 건너』를 비롯한 다수의 시에서 시인의 삶을 ‘지나온 시간을 응시하는 삶의 형식’으로 들여다보며 ‘성찰과 그리움의 과정’을 흰 바탕으로 삼고 사물과 사람과 풍경을 시학으로 눌러 담았다고 덧붙였다.      


수상자 강창민 시인은 1947년 경남 함안에서 출생하여 시집으로 『작은 풀꽃으로 주저앉아』, 『물음표를 위하여』 등을 발표했으며, 1975년 『현대문학』에 박두진 시인의 추천으로 등단했다.
 
한편, ‘제3회 안성문학상’에는 박희헌 시인의 시집 ?안성천 잠언 시가집?이 선정되었다. 이 시집은 자신의 구체적인 경험을 통해 삶을 바라보면서, 신앙적 세계에 바탕을 둔 사향의 정신을 역동적으로 담아낸 시집이라고 평가받았다.

 

시 관계자는 “우리나라 근현대 문학의 길을 꼿꼿하게 걸어가신 박두진 선생님의 정신은 우리 시대의 가장 귀하고 위대한 영혼”이라고 말하며, “일상을 담고 추억이라는 그림자를 남기는 문학이 안성에서 꽃피울 수 있게 되어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시상식은 제20회 혜산 박두진 문학제와 함께 안성맞춤아트홀 소공연장에서 오는 25일 오후 3시에 개최되며, 안성을 빛낸 시인들과 안성문인협회 회원들의 액자시화 전시전과 성악공연, 시낭송 등 다채로운 행사가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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