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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강에서 / 정호승

 


아버지 이제 그만 돌아가세요
임진강 샛강가로 저를 찾지 마세요
찬 강바람이 아버지의 야윈 옷깃을 스치면
오히려 제 가슴이 춥고 서럽습니다
가난한 아버지의 작은 볏단 같았던
저는 결코 눈물 흘리지 않았으므로
아버지 이제 그만 발걸음을 돌리세요
삶이란 마침내 강물 같은 것이라고
강물 위에 부서지는 햇살 같은 것이라고
아버지도 저만치 강물이 되어
뒤돌아보지 말고 흘러가세요
이곳에도 그리움 때문에 꽃은 피고
기다리는 자의 새벽도 밝아옵니다
길 잃은 임진강의 왜가리들은
더 따뜻한 곳을 찾아 길을 떠나고
길을 기다리는 자의 새벽길 되어
어둠의 그림자로 햇살이 되어
저도 이제 어디론가 길 떠납니다
찬 겨울 밤하늘에 초승달 뜨고
초승달 비껴가며 흰 기러기떼 날면
그 어디쯤 제가 있다고 생각하세요
오늘도 샛강가로 저를 찾으신
강가에 얼어붙은 검불 같은 아버지

 

 

임진강에서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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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과장된 몸짓 속에서 홀로 낮은 목소리로 노래하는 시인어떤 어려운 시대에 있어서도 이를 도와주는 한 줄기 빛이 열려 있음을 우리는 안다. 아울러 깨어 있는 감수성으로 인류와 개인이 직면하는 혼돈과 곤혹을 감지하면서 정진적 진실의 은혜로운 긍정주의로 이를 타개하려 애쓰는 몇몇 시인이 있었음을 또한 우리는 알고 있다. 시인 정호승은 아름답고 장한 것, 귀하고 연민스럽고 무한히 사랑하게 되는 바의 생명 있는 만상을 찾아 이름 부르며 예까지 온 사람이며 그 소중한 위안들을 동시대인 다수에게 공손히 나누어 왔었기도 하다. 아가야 한다.

 

- 3회 소월시문학상 선정 이유서 중에서

 

 

그의 문학정신에는 분명히 어떤 내명한 빛이 있다 김남조

 

준마처럼 시의 초원을 달려주길 김용직

 

돋보인 시적 진술의 메타포어 이어령

 

수상을 계기로 속도감, 신선함, 그리고 무엇보다도 정열을 확보하기 바란다. 황동규

 

좋은 시인들이 좋은 시를 많이 쓰기를 바란다. 김현

 

- 심사평 중에서

 

 

곰시의 신비와 삶의 신비시란 삶의 부스러기 같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 부스러기를 누가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가 하는 것이 문제이며 시를 쓴다는 것은 삶의 부스러기를 쓸어 모으는 일이 아닌가도 싶습니다. 역사와 삶의 부스러기를 소중히 모으는 일이야말로 시인의 할 일이라고도 생각해 봅니다.

 

- 수상소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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