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상] 화농의 봄 / 김춘순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떨어진 것들을 상처가 내려다보고 있다
꽃들이 다래끼를 앓고 있다
납작한 돌멩이와 돌멩이 사이에 숨겨놓은 눈썹
발 돋음 하던 봄이 와르르 무너지면
눈썹이 묻어 있던 곳마다 꽃들이 진다
꽃의 입술, 바람을 물고 있는 떨림
가장 늦게 돋아난 가장 깊은 것들이 깜빡 거리고 있다
꽃잎의 요의가 불편하듯 흔들려
봄의 內衣를 서둘러 내리듯 눈썹 몇 개를 뽑는다
퉁퉁 부어오른 나무의 화농을 짜내고 있는 꽃송이들
먼 곳의 꽃들이 더 연연하다.
두꺼운 겉옷의 언덕을 넘어온, 제 색을 다 채우지 못한 눈 끝의
開花
소보록해진 눈꺼풀에 발기되는 봄
꽃이 피고 지는 밀실은 아무도 본적이 없어
가장자리만 붉었던 입술 멍하니 바라보는 순간
어깨위로 툭 떨어져 버린 꽃
中心을 놓친 무게는 씨앗을 키운다.
떨어진 꽃들이 혼자이거나 혹은 여럿이거나 떨어진 자리에는 딱지가 있다
꽃 진자리 찾지 못하는 안대를 한 봄이 아물고 있고
화농으로 그려진 꽃의 부적을 몇 겹으로 접고 있는
화전놀이 철.
[우수상] 감자를 캐며 / 임세한
넓고 가파른 밭
익모초와 바랭이가 시들시들 조는 한낮
어머니, 흰 수건 머리에 두르고 뜨거운 고랑에 오른다
무딘 호미의 날이 흙덩이를 뒤집으면
하얗고 통통한 감자알들이 밭고랑에 툭툭 불거졌다
주르르 흘러내리는 등짝의 땀이
바작바작 타들어가는 입술이, 중얼중얼 감자 줄기를 캐낸다
입속에서 툭툭 불거지는 감자알들을 뱉어놓는다
더위에 지친 대추나무를 바람이 흔들고 가면
은빛 팔랑대던 잎들이 어머니 얼굴 위로 쏟아져 내렸다
굵고 실한 놈으로 가득 채우던 싸리나무바구니
어머니가 지나간 고랑마다 초여름이 푸르게 길을 놓는다
저것들,
밭고랑에 넘쳐나는 눈물의 탯줄을 자른
희고 통통한 감자들, 저들을 키운 것은 땅이 아니라
날마다 휘어지던 허리의 통증이라는 것을
어머니 종아리에 퍼렇게 내비치던 거미줄이라는 것을
안다, 나는
그해 유난히 무덥던 하지 무렵엔
벗겨진 정수리마다 자글자글 들끓던 태양이
야윈 어머니 등짝을 빨갛게 태웠던 것도
의령군이 의병장 곽재우의 숭고한 뜻을 기리고 문학의 저변확대와 우수 문인 배출을 위해 마련한 천강문학상의 올해 수상자가 12일 최종 확정됐다. 천강문학상 운영위원회(위원장 김채용 의령군수)는 이날 소설 등 5개 부문의 제4회 천강문학상 수상자를 확정, 발표했다.
시 부문 대상은 대전에 사는 최은묵(45)씨의 ‘밤 외출’이 차지했으며, 시조는 인천 박해성(여 65)씨의 ‘만복열쇠점’이, 소설은 경기도 성남 홍이레(여 39)씨의 ‘독거미’가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또 아동문학 대상은 대구 강영인(48)씨의 동화 ‘우리 집 우아낙이, 수필대상은 부산 최미지(여 54)씨의 ’바닥론(論)‘이 각각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각 부문별 우수상은 시 부문 김춘순씨의 ‘화농의 봄’, 임세한씨의 ‘감자를 캐며’, 시조는 최영효씨의 ‘나목시대’, 이하림씨의 ‘독서-갠지스 강’이 수상자로 결정됐다.
또 소설은 최지애씨의 ‘늙은 여자의 노래’와 부산 장미영씨의 ‘그룹 헤로인’이 차지했고 아동문학은 홍이지민씨의 동시 ‘은행나무 파라솔’과 김현희씨의 동화 ‘투명인간’, 수필은 이정순씨의 ‘인생소묘’와 미국 시애틀 거주 김윤선씨의 ‘틈이 말하다’가 각각 영광의 주인공이 됐다.
상금은 소설 부문 대상이 가장 많은 1000만원이며 우수상은 5백만원이다. 시와 시조, 아동문학, 수필은 대상 각 700만원, 우수상은 각 300만원씩 지급된다.
지난 6월 1일부터 7월 31일까지 접수한 제4회 천강문학상 작품 공모에는 모두 1034명이 5280편을 접수해 전년에 비해 960여명이 증가했다.
시상식은 곽재우 장군 탄신 460주년 다례식과 병행하여 오는 10월 13일 오후 4시 곽재우 장군을 비롯한 휘하 17장령과 무명 의병들의 위패를 모시고 있는 충익사 경내에서 열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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