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상] 눈오는 날의 풍경화 / 이원용
하얀눈이 내리는 뜨락을 내다보시던 어머니가
지팡이를 짚고 나가시더니
마당을 서성이시며 눈을 맞으시네
눈송이들은 어머니의 하얀 머리에 앉아
순수하게 사는 법을 물으며
세상 사는 이야기를 하네
안마당이 당신의 운동장이 되고나서
봄이면 잔디들이
겨울이면 하얀 눈이 덮혀
지나가는 시간들을 재고 있으니
사라져 가는 세월에게 묻고 있네
어머니의 머리에 앉았던 눈이 녹아내리며
흘러가는 법을 일러 주더니
고요한 하늘에 햇빛이 돋네
[우수상] 시래기를 삶는데 / 윤월희
당신은
추녀 끝에 거꾸로 매달려
모진 바람에 흔들리고
따가운 햇살에 닦이어
비틀어지고
말라지고
그 몸 묶은 새끼줄처럼
바스락 말라져서
마침내
'시래기'
이름을 달았습니다
그리고
오늘,
널 위해서라면
그 이름마저 기거이 부서지리라
남은 시간일랑
가슴 깊이 끌어안고
펄펄 끓는 가마솥에 들어갑니다
청-청- 푸르던
당신의 청춘이 녹고
아길 줄 모르는 당신의 사랑이
푹 삶아져
집안 가득
이리도 짗은 당신의 향기를
내뿜습니다
아, 어머니
시래기를 삶는데
당신 모습이 보입니다
제6회 백교문학상 대상 수상작으로 김영순(57·강릉)씨의 수필 ‘어머니의 행상길’이 선정됐다.
백교문학회(회장 권혁승)는 효친 사상을 담은 문학 작품을 공모해 수필과 시 등 2개 부문의 수상작을 6일 발표했다.
우수상에는 이원용(65·포천)씨의 시 ‘눈 오는 날의 풍경’과 윤월희(62·강릉)씨의 시 ‘시래기를 삶는데’가 각각 선정됐다. 또 이용철(55·하남)씨의 수필 ‘팥죽’이 우수상에 뽑혔다.
시상식은 오는 10월 7일 오후 2시 강릉 행복모루 3층 강당에서 열린다.
김후란 심사위원장(시인·한국예술원 회원)은 “시 120편과 수필 60편 등 전국적으로 많은 작품들이 응모했다”며 “예비와 최종 심사를 거쳐 입상작을 선정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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