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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1 / 문효치

 

 

저 가슴
얼마나 날카로운 정으로
쪼아대기에

얼마나 센 칼로
썰어내기에

달그늘 짙어지는
밤이면 밤마다

어흐흥 어흐흥
울어대는가

어루만지던 산도
돌아서서 눈물 훔친다

 

 

바위 가라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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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인협회는 지난 22일 제9회 이설주문학상 수상자로 문효치 시인을 결정 및 발표했다고 밝혔다. 수상작은 시집 “바위 가라사대”이다.

올해로 9회째를 맞는 이설주문학상은 이설주 시인의 문학정신을 기리고 한국 시와 시조 문학의 발전을 도모하여 시인들의 창작 의욕을 고취하기 위해 제정되었다. 이설주 시인은 대구 출생으로 1932년 도쿄에서 시 “고소”를 발표하면서 활동을 시작했다. 해방과 더불어 귀국한 이후에는 1957년 전집형식으로 된 문고판형 “설주문학”을 발표하기도 했다.

올해 수상자인 문효치 시인은 1966년 서울신문 및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하여 데뷔했으며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국제펜한국본부 이사장을 역임하였고 정지용문학상과 한국시협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그간 시집 “무령왕의 나무새”, “왕인의 수염”, “별박이자나방” 등을 펴냈으며 “나도 바람꽃”과 같은 시조집, 그리고 두 권의 산문집을 발표하였다. 지금은 계간 “미네르바”의 대표를 맡고 있다.

문효치 시인의 “바위 가라사대”는 지난 1월 발간된 시집으로, “바위”라는 제목을 가진 70편의 시를 실었다. 문효치 시인은 시집에 수록된 시인의 말을 통해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속에 쟁여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저리도 무거울까. 함묵은 그의 말이다. 무표정 또한 그의 언어다. 함묵과 무표정의 발언을 채록하고자 한다.”며 시집을 펴낸 이유를 밝혔다.

한국문인협회 심사위원 일동은 뉴스페이퍼의 취재에서 “우리 심사위원들은 장시간 심도있는 토론을 거쳐 만장일치 의견을 모아 문효치 시인의 시집 ”바위 가라사대“를 수상작으로 결정했다”며 “이 시집에는 간결하고 처연한 서정성과 한의 빛이 담담하게 깔려 있다. 그러나 그 슬픔은 따뜻하게 사람과 시대를 안고 사는 시인의 일상적인 자화상을 그리고 있다. 이 때문에 함묵과 무표정의 ”바위“연작시 70편은 소통과 사랑으로 다가온다.”는 심사평을 전했다.

최근 각종 협회와 출판사에서 직접 주관하는 문학상을 자사 직원이나 협회 내 이사에게 시상하여 논란이 되는 가운데 한국문인협회 전 이사장인 문효치 시인의 수상은 다소 아쉬움을 남긴다.

한국문인협회가 주관하고 취암장학재단이 후원하는 이설주문학상은 수상자에게 2천만 원의 상금을 수여 한다. 제9회 문학상 시상식은 오는 4월 19일 오후 3시 문학의 집.서울에서 이루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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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안개 / 이상범

- 녹차를 들며

 

 

김이 찻잔을 돌며

 

물안개를 거둔다

 

혀끝에 와 소멸되는

 

그 기운 삶을 뒤집으며

 

내생에 보일 얼굴 하나

 

맑고 밝게 떠낸다.

 

 

 

 

녹차를 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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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인협회는 3월 12일 제8회 이설주(李雪舟)문학상 수상자로 이상범 시조시인(시집 『綠茶를 들며』)을 결정 발표했다.

 

이 문학상은 이설주 시인의 문학정신을 기리고 한국 시와 시조문학의 발전 도모, 시인들의 창작 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해 제정되었다.

 

이상범 시조시인은 1935년 충청북도 진천 출생으로 1963년『시조문학』 3회 추천 완료, 1964년 신인예술상 수석상 수상, 196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으로 문단에 나왔다. 한국시조시인협회 회장, 한국문인협회 시조분과회장, 한국시조사 대표, 포석문학회 회장을 역임하였고, 정운시조문학상, 한국문학상, 중앙일보시조대상, 육당문학상, 이호우시조문학상, 가람시조문학상, 고산문학상, 바움(숲)문학상, 유신작품상 특별상을 수상한 바 있다. 저서로는 시집 『별』『신전의 가을』『화엄벌판』(한국대표명시선100) 『하늘색 점등인』『녹차를 들며』등 26권이 있다.

 

이 상은 (사)한국문인협회가 주관하고, 취암장학재단과 사조산업(주)이 후원한다. 

 

상금은 2천만 원. 4월 16일 오후 5시 문학의 집·서울에서 시상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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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외갓집 / 김시철

 

 

 

 

 

 

 

 

 

 

 

 

 

 

 

 

 

김시철 시인(사진)이 제7회 이설주 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됐다.

 

한국문인협회는 제7회 이설주 문학상 수상자로 김시철 시인(시집: 나의 외갓집)을 선정했다고 13일 전했다.

 

김시철 시인은 1930년 함경북도 성진 태생으로 1·4후퇴 때 월남해 잡지 '개척', '부부' 기자로 활동했고, 1956년 시집 '능금'을 출간해 등단했다.

 

한국자유문학자협회 회원이자 한국시인협회 창립 회원이며 월간문학잡지 '자유문학' 편집장을 거쳐 대한출판문화협회 홍보부장을 역임했다. 제14회 한국문학상(1977), 한국문화예술상 대상(1989), 제41회 서울시문화상(문학부문ㆍ1992), 제12회 청마문학상(2012) 등을 수상했고,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국제펜한국본부 부회장, 국제펜한국본부 회장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시집 '생활', '친구의 눈물', '남의 밥그릇', '나는 누구인가'과 시집 외에 '격랑과 낭만', '김시철이 만난 그때 그 사람들' 등이 있다. 현재 강원도 평창에서 하서문학회 및 평창문예대학을 운영하며 후진 양성에 힘쓰고 있다.

 

이설주 문학상은 이설주 시인의 문학정신을 기리고 한국 시문학의 발전 도모와 시인들의 창작 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해 제정됐으며 한국문인협회가 주관하고, 취암장학재단과 사조산업이 후원한다. 상금은 2000만원이다. 시상식은 내달 18일 오후 5시 문학의집 서울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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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소리, 그 빛 그 향기 /  추은희

 

 

큰 대자로 누워

양 손을 뻗는다

바람이 온 몸을 휘감는다

 

소리 죽여 귀를 모으면

온갖 빛깔

온갖 소리

함께 어우러져 춤춘다.

 

형태도 없는 것이

모였다 흩어졌다 하면서

바람, 그 바람의 심장은 따뜻하더라

 

바람은 그렇게 그렇게

빈 곳을 흘러가다

되돌아오고

발자국 죽여 흩어지고 모으고

 

그리고

이렇게 따뜻한 것이라고

조용히 속삭여 주더라

 

산다는 것

바람같은 것이라고

때로는 사라져 도망가서

형태도 없는 것이라고

 

 

 

 

제6회 이설주문학상 수상자로 추은희(87) 시인이 선정됐다고 이 상을 주관하는 한국문인협회가 18일 밝혔다. 수상작은 시집 '바람소리 그 빛 그 향기'.

 

추 시인은 현재 국제펜클럽한국본부, 한국여성문학인회, 숙명문인회, 한국시인협회 고문으로 있다.

 

이 문학상은 이설주(1908∼2001) 시인을 기리기 위해 2011년 제정됐다. 취암장학재단과 사조산업이 후원한다.

 

상금은 2천만원. 시상식은 다음 달 11일 오후 5시 '문학의집 서울'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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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숲 / 김후란

― 자연 속으로

 

 

나는 파도의 옷자락을 끌고

이 숲으로 왔다

변화를 기다리는 생명들이 있었다

바위조차 숨죽이고 기다렸다

 

푸른 잎새들 이마에

천국의 새들이 모여들고

들꽃을 피우려고 비를 기다리던 산자락에

바다가 입을 맞춘다

 

겹겹 옷 입은 산 황홀하여라

비밀의 숲은

깊이를 알 수 없는 안개 속에서

어린 나무들과

키 큰 나무들의 숨소리에

저 소리꾼의 진양조 가락이 울린다

 

눈부셔라

언제나 새롭게 태어나면서

아침햇살에 비늘 번득이는 바다처럼

산은 살아 있다 청렬하고 푸근하다

 

신(神)이 만든 숲이다 나를 끌어안는다

나는 영혼의 긴 그림자를 끌고

천천히 걸어간다.

 

 

 

비밀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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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태어났으며 서울 교동초등학교, 부산사범학교,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에 다녔으며 한국일보 기자, 부산일보 논설위원 등 언론계에서 일했다. 한국여성개발원 원장을 지냈으며, 1960년 '현대문학'으로 문단에 등단, 현대문학상, 월탄문학상과 서울시문화상을 수상했으며 한국여성문학인회 회장을 지냈다. 현재 '자연을 사랑하는 문학의 집, 서울' 이사장, '생명의 숲 국문운동' 이사장, '한국문학관협회' 회장,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시집 『장도와 장미』 『음계』 『어떤 파도』 『눈의 나라 시민이 되어』 『숲이 이야기를 시작하는 이 시각에』 『서울의 새벽』 『우수의 바람』 『시인의 가슴에 심은 나무는』 『따뜻한 가족』 『새벽, 창을 열다』 서사시집 『세종대왕』 등 12권이 있으며, 김후란시전집 『사람 사는 세상에』 , 시선집 『오늘을 위한 노래』 『노트북 연서』 『존재의 빛』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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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를 훔치다 / 이근배

 

 

국립중앙박물관에 갔다가

추사의 벼루를 보았다

댓잎인가 고사리 잎인가

화석무늬가 들어 있는

어른 손바닥만 한 남포 오석

돋보기로 들여다보아야

-다듬고 갈아 군자의 보배로다등

깨알 같은 48자 명문이 새겨 있는

추사가 먹을 갈아 시문을 짓고

행예를 쓰던 유품이 아니라면

한눈에 들어올 것이 없는

그 돌덩이가 내 눈을 얼리고

내 숨을 멎게 한다

어느새 나는 쇠망치로도 깨지 못할

유리 장을 부수고 벼루를 슬쩍?

그랬으면 오죽 좋으련만

못나게도 내 안의 도둑은 오금이 저린다

박물관을 나서는데

-게 섰거라!

그 작고 검은 돌덩이가 와락

내 뒤통수를 후려친다

 

 

 

 

추사를 훔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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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조그룹은 사조산업과 사조그룹 취암장학재단(이사장 주진우)이 후원하는 제4회 ‘이설주(李雪舟) 문학상’ 수상자로 이근배 시조시인(시집 :『추사를 훔치다』)을 선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4회째를 맞는 ‘이설주 문학상’은 사조그룹이 후원하는 국내 대표 시 문학 시상식 중 하나로, 이설주 시인의 문학정신을 기리고 한국 현대 시문학과 시조문학의 발전을 도모하여 문인들의 창작 의욕을 고취 시키기 위해 재정됐습니다.

수상자 이근배 시인은 1940년 충남 당진에서 태어나 1961년 <조선일보> <서울신문>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돼 등단, 한국문인협회 시조분과 회장,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한국시조시인협회 회장, 한국시인협회 회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이번 ‘이설주 문학상’의 심사위원은 김제현 시조시인, 권영민 문학평론가, 장경렬 문학평론가가 맡았으며, 상금은 2천만 원입니다.

사조그룹 취암장학재단(이사장 주진우)은 ‘이설주 문학상’ 외에도 한국수산과학회 학술상, 한국정치학회 인재저술상 등 매년 인문 및 기초과학 분야 발전을 위한 후원 사업에 지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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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라국의 목걸이 / 문덕수

 

 

안라국의 궁터 가야 도항리 33호 고분에서

2천년이나 잠자던 목걸이가 지렁이처럼 눈드고 나왔다

불그레한 마노는 왕후의 목덜미빛이요

토기 굽다리에 뜨거운 무늬를 뚫은 불꽃이다

파란 유리구슬은 안라국 어린 공ㅈ님 눈빛이요

왕궁 지붕마루에 내려와 앉은 하늘이요

여덟 나라의 침공을 물리친 장수말이 마신 물이다

저 자잘한 비취빛 수정알의 바늘귀에는

지금도 후기 가야 여러 나라 맹주의 숨길이 흐른다

아라가야 궁터 도항리 33호 고분에서

2천년이나 꿈구닥 눈을 뜬 저 목걸이는

지리산 숲속에서 구불구불 흘러 내려 안라땅을 적시는 남강이요

한티 재를 넘어 마산 남쪽 바다로 통하는 바람길이요

여항산 멧부리 남동으로 길게 뻗은 능선이다

아라가야를 지금도 두르고 있는 무성한 성벽이다

 

 

 

 

문덕수 시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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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인협회(이사장. 정종명)는 제3회 이설주(李雪舟)문학상 수상자로 문덕수 시인(시집 '아라의 목걸이')을 선정했다고 3일 발표했다. 이 상은 이설주 시인의 문학정신을 기리고 한국 현대 시문학과 시조문학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제정됐다.

문시인은 1928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나 1956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고 홍익대학교 사범대학장, 교육대학원장, 국제펜 한국본부 이사장,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원장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문인협회 고문,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다. 서울시문화상(1997), 예술원상(2002), 문화훈장(은관) 등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황홀’ ‘문덕수시전집’‘ 아라의 목걸이’등이 있다.

심사는 허영자 시인, 권영민 문학평론가, 최동호 문학평론가가 맡았다. 상금 2천만 원인 이 상은 한국문인협회가 주관하고 취암장학재단과 사조산업주식회사가 후원한다. 시상식은 4월 20일 오후 5시 문학의집 서울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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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무엇입니까 / 정완영

 

 

세월이 무엇입니까

젖은 모래성입니까

 

아니면 손사래로

빠져나간 꿈입니까

 

이 달도

마지막 하루가

촛불처럼 다 탑니다.

 

하루가면 하루만큼의

이승은 멀어지고

 

어제 죽어 묻힌 벗이나

구름결을 생각하며

 

뻐꾸기

울음소리가

산빛 엮어 내립니다.

 

시름이 가슴에 고이면

소(沼)가 된다 하옵기에

 

산다는 이치 하나로

한 세월을 흘러놓고

 

망초꽃

흩어진 사연을

강기슭에 줍습니다.

 

 

 

 

세월이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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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인협회(이사장. 정종명)는 제2회 이설주문학상 수상자로 정완영 시조시인(시조집 '세월이 무엇입니까'와'시암의 봄')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이 상은 이설주 시인의 문학정신을 기리고 한국 현대 시문학과 시조문학의 발전을 도모하고 문인들의 창작 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해 제정됐다.

정완영 시조시인은 1919년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1960년 국제신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정 시인은 한국문인협회 시조분과 회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고향인 김천에서 후학을 지도하고 있다.

‘중앙일보 시조대상’ ‘가람시조문학상’ ‘대상문학상’ ’만해시문학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저서로는 시조집 <구름산방> <내 손녀 연정에게> <세월이 무엇입니까> 등과 수필집 <나비야 청산가자> 등 다수가 있다.

이번 상은 이근배(시조시인), 허영자(시인), 권영민(문학평론가)이 심사위원을 맡아 심사했다. 한국문인협회가 주관하고 취암장학재단과 사조산업주식회사가 후원한다. 상금은 2천만 원이다.

시상식은 오는 4월 19일 오후 6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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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니(春泥) / 김종길

 

 

여자대학은 크림빛 건물이었다.

구두창에는 진흙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알맞게 숨이 차는 언덕길 끝은

파릇한 보리밭-

어디서 연식정구의 흰 공 퉁기는 소리가 나고 있었다.

뻐꾸기가 울기엔 아직 철이 일렀지만

언덕 위에선

신입생들이 노고지리처럼 재재거리고 있었다.

 

 

 

 

해거름 이삭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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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소감]

 

“‘감사하다’라고 한마디로 소감을 말하고 싶습니다. 이설주 선생은 1908년생이니 아버지뻘이 됩니다. 제가 경북대학교 영문학과에 교수로 있을 때 청마 선생이 대구에 자주 오셨습니다. 원래 말수가 적은 청마 선생이 90분 강의에 50분 정도로 마치고 나오셔서 90분을 다 마치고 나오는 저에게 ‘뭐기 그리 얘기할 것이 많노?’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친구인 이설주  선생 댁에서 묵으시곤 했지요. 그 당시에 이설주 선생의 서랑(壻郞) 되는 사조의 주인용 선생과도 알고 지냈어요.

 

제가 동아일보에 ‘상(賞)’이란 칼럼을 쓴 적이 있습니다. ‘상(賞)’이란 타기도 어려운 것인데 잘 주기도 어려운 것입니다. 주신 측에서 옳게 주신 것인지 저 자신 의심스럽습니다. 수상 시집 『해거름 이삭줍기』는 2008년 《현대문학》에서 70대 후반 이후의 작품을 수록한 것입니다. 인생 해거름에 주은 작품이라 ‘밀레의 만종’처럼 겸손한 제목을 붙였습니다. 저의 시를 저 자신 자부할 수 없는데 이설주문학상의 첫 수상자로 심사위원들이 뽑아주셔서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거짓말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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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인협회(이사장 정종명)는 제1회 이설주문학상 수상자로 김종길(85) 시인이 선정됐다고 5일 밝혔다.

수상작은 시집 ‘해거름 이삭줍기’ 52편의 작품이 수록된 이번 시집은 발표 시기 순서에 따라 총 4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지나온 삶의 궤적을 노련하게 견지하는 노경의 일상과 상념을 주요 소재로 한다.


평생 같은 걸음걸이와 속도로 한국 시단을 묵묵히 지켜온 시인의 시선은 늘 새롭고 경이로운 발견에 닿아 있다. 지나치기 쉬운 주변의 사물과 현상에도 눈과 귀를 활짝 열어두어 자연의 이치와 섭리를 하루하루 새롭게 깨닫는다. 이러한 경이의 발견은 노경의 깊이 있는 삶의 철학과 융해되어 한층 원숙한 시 세계를 이루어낸다.


한편 세상을 떠난 동료 시인들에 대한 추모의 정을 드러낸 작품들을 통해 시인은 생을 마감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자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시인은 비관이나 체념이 아닌 한 차원 높은 달관의 경지로 그것을 끌어올린다. 죽음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당당한 여유로움은 인간의 유한한 삶이 노년에 갖추어야 할 미덕의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194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김 시인은 절제된 감정과 언어, 쉽고 명확한 주제의식으로 시를 애독하는 문학 독자들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이번 시집에서도 정갈한 모범시의 전형을 보여주며, 이와 함께 어우러진 깊이 있는 성찰의 시편들은 등단 이후 60년이 넘게 시의 길을 걸어온 노시인의 원숙한 경지를 들여다보는 데 부족함이 없다. 아울러 시인의 끊임없는 창작에 대한 열정과 애정은 한국 문학계가 경의를 표할 만한 뜻 깊은 문학적 성과이기도 하다.

 

현재 고려대 영문학과 명예교수이며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이다.

이 상은 이설주(1908-2001) 시인의 문학 정신을 기리고자 제정됐으며, 취암장학재단과 사조산업주식회사가 후원한다. 상금은 2000만원.


시상식은 6월 7일 오후 5시 중구 예장동 문학의집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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