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 신용묵
검은 사내가 내 목을 잘라 보자기에 담아 간다 낡은 보자기 곳곳에 구멍이 나 있다
나는 구멍으로 먼 마을의 불빛을 내려다보았다
어느 날 연인들이 마을에 떨어진 보자기를 주워 구멍으로 검은 사내를 올려다보았다
꼭 한발씩 내 머리를 나눠 딛고서
제19회 백석문학상에 신용목(43) 시인의 시집 '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르면 내가 돌아보았다'가 선정됐다고 상을 주관하는 출판사 창비가 10일 밝혔다.
심사위원단은 "시대현실을 관통하는 가운데 타자에 대한 깊이 있는 사유와 자유로운 언어적 모험을 감행함으로써 '세월호 이후의 시'가 다다른 일단의 성취를 보여줬다. 시인의 시력에 있어서도 한 절정을 이룬다고 평가돼 만장일치의 지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경남 거창 출신의 신 시인은 2000년 '작가세계' 신인상에 시가 당선되며 등단했다. 시작문학상, 육사시문학상 젊은시인상, 노작문학상, 현대시작품상 등을 수상했다. 이번 수상작은 시집 '그 바람을 다 걸어야 한다' '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 '아무 날의 도시'에 이은 네 번째 시집이다.
백석문학상은 백석(白石, 1912~1996) 선생의 뛰어난 시적 업적과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그의 연인이었던 자야(子夜) 김영한 여사가 출연한 기금으로 1997년 제정됐다. 최근 2년간 출간된 시집을 심사해 수상작을 선정한다.
시상식은 이달 29일 오후 6시30분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다. 수상 시인에게는 상금 2000만원이 수여되며 수상소감과 심사평 전문은 계간 '창작과비평' 2017년 겨울호(178호)에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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