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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묵산수 / 김선태

 


저물 무렵
가창오리 떼 수십만 마리가
겨울 영암호 수면을 박차고
새까만 점들로 날아올라선
한바탕 군무를 즐기는가
싶더니

가만,
저희들끼리 일심동체가 되어
거대한 몸 붓이 되어
저무는 하늘을 화폭 삼아
뭔가를 그리고 있는 것 아닌가
정중동의 느린 필치로 한 점
수묵 산수를 치는 것 아닌가.

제대로 구도를 잡으려는지
그렸다 지우기를 오래 반복하다
一群의 細筆로 음영까지를 더하자
듬직하고 잘생긴 산 하나
이윽고 완성되는가
했더니

아서라, 畵龍點睛!
기다렸다는 듯 보름달이
능선 위로 떠올라
환하게 낙관을 찍는 것 아닌가.

보아라,
가창오리 떼의 군무가 이룩한
자연산 걸작
고즈넉한 남도의 수묵 산수 한 점은
그렇게 태어나는 것이다.

 

 

 

 

살구꽃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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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태 시인(목포대 국문학과 교수)이 계간 시 전문지 [애지]가 주관하는 제5회 ‘애지문학상’ 시 부문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수상작은 「수묵 산수」이며, 시상식은 12월에 있다.

 

김 선태 시인은 전남 강진 출신으로 1993년 광주일보 신춘문예와 월간 [현대문학]을 통해 시단에 나왔으며, 현재 계간 시 전문지 [시와사람]의 편집주간을 맡고 있다.

 

참고로, 역대 애지문학상 시 부문을 수상한 시인들은 이대흠, 함민복, 손택수, 이은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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