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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군(군수 박병종)이 주최하고, 고흥군 송수권 시문학상 운영위원회가 주관하는 제3회 고흥군 송수권 시문학상의 수상자가 선정됐다.

 

지난 9월 한 달 간 서울, 경기 등 전국에서 응모한 총 93권의 작품을 1, 2차 심사를 거쳐 최종 당선작 3작품이 시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됐다.

 

영예의 본상 수상에는 이재무(·60·서울) 시인의 슬픔은 어깨로 운다가 선정돼 부상으로 상금 3000만원을 수상하게 된다.

 

또한, 올해의 남도 시인상으로 송만철(·60·전남 보성) 시인의 들판에 다시 서다’, 젊은 시인상은 김선(·45·경기) 시인의 눈 뜨는 달력이 선정돼 각각 1000만원과 500만원의 상금을 받게 된다.

 

3회 고흥군 송수권 시문학상 시상식은 오는 115일 고흥문화회관에서 시 낭송 대회(본선)와 함께 열리며, 이 날 시 낭송대회 수상자에게는 대상(상금 100만원, 시 낭송가 증서) 등 총 20명이 상금 총 610만 원과 상장이 수여될 계획이다.

 

한편, 송수권 시문학상 1회 본상에는 강희근 시인의 프란치스코의 아침, 2회 본상에는 이은봉 시인의 봄바람, 은여우가 수상한 바 있다.

 

 

 

 

눈 뜨는 달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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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사상 시선 77. 김선 첫 번째 시집. 소외된 채 사는 이들에 대하여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며 그들의 아픔과 꿈을 비추어 드러낸다. 문단의 흐름에 편승하지 않고 도시 변두리에 살면서 힘들지만 따뜻한 가슴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삶의 풍경을 세부적으로 묘사해 보여주고 있다.

 

긴 시력만큼 그의 시적 행보의 반경은 넓고 깊다. 가속적으로 발전하는 문명과 이를 추동력으로 화려하게 팽창하는 도시 변두리의 풍경과 그곳에서 소외된 채 사는 이들의 상처와 사랑을 세밀화처럼 섬세히 그리기도 한다. 타자의 시선을 벗어나 고유한 욕망의 주체로 서기 위해 성찰의 깊이를 더한다.

 

김선 시인의 첫 번째 시집 눈 뜨는 달력<푸른사상 시선 77>로 출간되었다. 도시화와 산업화의 거친 물결 속에서 뿌리를 잃은 사람들을 서울 가리봉동의 어두운 골목길을 비추는 달빛처럼 따뜻하고 섬세하게 어루만지며 노래했다.

 

김선 시인의 시선은 무척 따스하고 섬세하다. 그 예리하고 빛나는 눈빛은 도시 변두리 골목길의 어둠을 밝히며 외로운 이들의 굽은 등을 어루만진다. 그리고 그들의 가슴속 깊이 고여서 외롭고 힘든 삶을 지탱해주는 온기를 찾는다. 때로는 우리가 버리고 떠나온 고향으로 발길을 돌려서 깊고 푸른 나무 그늘에 앉아 이웃들을 만나 손을 잡는다. 그렇게 김 시인은 도시가 점점 비대해지고 화려해지면서 주변으로 밀려나 소외되고 잊혀진 것들에 대하여 일관적으로 애정의 손길을 보낸다. 이러한 김 시인의 시적 자세에 대하여 혹자는 이전의 시단 흐름을 고집한다고 평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이웃들의 눈길에 아랑곳하지 않고 소외된 곳에 머무는 이들을 향한 김 시인의 관심은 멈추지 않고 있다.

 

1990년대 이후 한국의 시단에는 서서히 지각 변동이 일기 시작하면서 시인들의 시선은 급격히 외적인 삶의 현실로부터 내면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전에 대세를 이루던 이른바 리얼리즘 문학의 흐름은 차츰 잦아들기 시작했다. 그 무렵 모더니즘을 지나 포스트모더니즘 사조가 우리 문단에 빠르게 유입된 탓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런 문단 내부의 요인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1970~1980년대를 거치며 우리 사회에서 정치적 또는 경제적 민주화의 욕구가 어느 정도 해소되면서 그런 변화가 자연스럽게 일어났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경제 발전은 속도를 더하고 시인들은 창을 닫고 내면을 살피는 중에 그 그늘에서 가파른 삶의 길을 걷는 이들은 더욱 주변으로 밀려 나고 있었다.

 

김 시인은 소외된 채 사는 이들에 대하여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며 그들의 아픔과 꿈을 비추어 드러낸다. 문단의 흐름에 편승하지 않고 도시 변두리에 살면서 힘들지만 따뜻한 가슴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삶의 풍경을 세부적으로 묘사하여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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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과비평에서 출간한 이병일 시인의 아흔아홉개의 빛을 가진이 제2회 송수권 시문학상 젊은 시인상수상자로 선정되었습니다.

 

송수권 시문학상은 전남 고흥군이 주최하고 송수권 시문학상 운영위원회가 주관하는 문학상입니다. 2회를 맞는 올해, 본상에는 이은봉 시인의 열번째 시집 봄바람, 은여우(도서출판b 2016), 남도시인상에는 배용제 시인의 시집 다정(문학과지성사 2015)이 선정되었습니다.

 

젊은 시인상 선정작인 이병일 시인의 아흔아홉개의 빛을 가진은 친숙한 대상을 젊고 도전적인 감각으로 발견하고 우리 시의 자연 풍경을 풍요롭게 했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본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3000만원이, 남도시인상과 젊은시인상 수상자에게는 각각 상금 1000만원과 500만원이 수여됩니다. 시상식은 201693일 고흥문화회관에서 시낭송대회와 함께 열립니다.

 

 

 

 

아흔아홉개의 빛을 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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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창성이 돋보이는 시를 써 온 이병일 시인이 새 시집 아흔아홉개의 빛을 가진(창비)을 냈다. 옆구리의 발견에 이은 두 번째 시집이자 창비시선399번째 시집이다.

 

68편의 시를 담은 이번 시집에서 이 시인은 두부·안경·구두와 같은 일상의 사물은 물론 호랑이·구렁이·펭귄·백상아리·물사슴·기린·가물치와 같은 동물, 꽃잎·풀피리·석청 등의 자연물에 의미와 빛을 부여한다. 시집에 실린 피순대에 관한 기록은 어린 시절 본 피순대를 만드는 장면을 적나라하게 묘사하면서도 서민적 감성으로 풀어낸다.

 

돼지의 멱을 따자 나온 피, 핏덩어리를 양동이에 받아놓고 할아비는 내장을 뒤집어 똥을 털어내고 소금으로 씻는다(중략) 통곡이 후련하게 터졌다가 캄캄하게 멈춘 저녁, 이웃집의 죽음 앞에서 할아비는 그 옛날처럼 돼지의 멱을 따고, 피순대를 만들고, 한입씩 물고 너덜너덜 침 흘리며 목젖 크게 웃어보는 일이 상가(喪家) 저녁이라고 했다”(이병일, ‘피순대에 관한 기록부분)

 

두부의 맛은 부드러운 두부에서 을 느끼는 반전이 있는 시다. 아이가 두부를 먹는 모습을 보며 말랑함 속에 단단함이 있음을 깨닫는다. “두부의 바깥은 잠잠하다 두부의 심장엔 무너지는 하얀 달이 있어 조용한 온기가 들끓고 있다고 믿었다(중략) 잇몸 속에서 앞니가 돋아날 때, 아이는 가장 말랑한 것이 가장 단단하다고 생각한다 손톱과 발톱이 자라듯이 차가워지는 이 희끄무레한 두부 앞에서 아이는 입을 크게 벌린다

 

시집 제목은 수록작 나의 에덴에 나오는 구절이다. “아무도 닿은 적이 없어 늘 발가벗고 있는 깊은 산, 벌거벗은 아흔아홉개의 계곡을 가진 깊은 산에 홀리고 싶어 아흔아홉개의 빛을 가진 물소리를 붙잡고 싶어(후략)”

 

이 시인은 “100은 정돈되고 굳어진 느낌이지만 아흔아홉은 꿈틀대는 신비로운 세계라며 시집에 사물의 빛나는 지점에 대한 시들을 담았다. ‘빛나는 것이라고 하면 이 구절이 제일 먼저 생각나 시집 이름으로 붙였다고 말했다.

 

이 시인은 중앙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2007년 문학수첩 신인상에 시가 당선돼 등단했다. 2010년에는 일간지 신춘문예에 희곡도 당선됐다. 대산창작기금,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수주문학상을 받았다. ‘시인 부부로도 잘 알려져 있다. 2014년 한국경제신문 청년신춘문예에 뇌태교의 기원으로 당선돼 등단한 이소연 시인이 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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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생존헌장* / 하린

 

 

나는 자본주의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서민으로 태어났다.

조상의 빛난 가난을 오늘에 되살려,

안으로 신용불량자의 자세를 확립하고,

밖으로 약소국 공영에 이바지할 때다.

이에, 우리의 나아갈 바를 밝혀 생존의 지표로 삼는다.

성실한 출근과 튼튼한 육체로,

저임금 기술을 배우고 익히며,

타고난 저마다의 출신을 계산하여,

우리의 처지를 약진의 발판으로 삼아,

기초수급자의 힘과 월세의 정신을 기른다.

번영과 질서를 앞세우며 일당과 시급을 숭상하고,

비정규직과 아르바이트에 뿌리박은 상부상조의 전통을 이어받아,

명랑하고 따뜻한 헝그리 정신을 북돋운다.

우리의 창의와 협력을 바탕으로 대기업이 발전하며,

부유층의 융성이 나의 발전의 지름길임을 깨달아,

하청에 하청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다하여

스스로 잔업 전선에 참여하고 월차를 반납하는 정신을 드높인다.

부자를 위한 투철한 시다바리 따까리가 우리의 삶의 방식이며,

자유주의의 이상을 실현하는 기반이다.

길이 후손에 물려줄 영광된 가난의 앞날을 내다보며,

신념과 긍지를 지닌 근면한 서민으로서,

조상의 궁핍을 모아 줄기찬 노력으로,

새 빈민을 창조하자.

 

* 1968년에 선포된 국민교육헌장패러디.

 

 

 

 

 

서민생존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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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군은 26일 지난 9월 한 달 동안 공모한 1회 송수권 시문학상수상자를 선정, 발표했다.

 

대상에는 경남지역 문단을 대표하는 강희근(73·경상대 국문학과 명예교수) 시인의 열여섯번째 시집 프란치스코의 아침(한국문연)’이 선정됐다.

 

우수상에는 해남 출신 이지엽(57·경기대 국문학과 교수) 시조시인의 시집 빨레 두레 밥상(고요아침)’과 영광 출신 하린(44) 시인의 시집 서민생존 헌장(천년의 시작)’이 뽑혔다.

 

고흥군 관계자는 권위 있는 심사위원들이 고흥을 대표하는 송수권 시인의 명성에 부족함이 없도록 최근 펴낸 시집을 대상으로 평가해 수상자들을 선정했다높은 관심을 보인 시 낭송대회에도 수도권 등 전국에서 골고루 응모해 열띤 시 낭송의 진수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수상자 선정에 대해 전남작가회의 관계자는 지방 문단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작가들에게 수상 기회를 준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라며 앞으로 한 5년만 지방문단에서 열심히 활동한 시인들에게 기회를 준다면 국내 문학상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송수권 시문학상운영과 심사는 국내 문단의 계파 개입 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특정 문학전문지나 문학단체를 내세우지 않고 골고루 선정해 공정성을 높이는 데 주력한 것으로 평가됐다.

 

한편, 시상식과 함께 열리는 시낭송대회는 선착순으로 50명을 모집했는데 응모 첫날 오전에 일찍이 마감될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다.

 

이날 오후 1시부터 열리는 시낭송대회는 배경음악 없이 송수권 시인의 시 1편을 5분 이내로 암송해 평가한다. 대상(상금 100만원)을 비롯해 총 15명을 선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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