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 시 1 / 김지하
거의 백 살 넘어 자신
만병통치 의사
산마루 선생께서다
나를 진맥하시며 가라사대
‘서푼짜리 분노부터 싹 버리쇼’
순간 떠오른 것이 김수영의
바람아 먼지야로 끝나는
고궁 시
그래
오늘
그것을 버린다
그래서 오늘이 어쩌면
내 못난 시의 생일날이다
오늘이
며칠인가?
무슨 날인가?
버린다고 과연 버려지는가?
어허허허
전남 강진군은 계간 시와 시학, 사단법인 영랑기념사업회가 공동 주관한 제8회 영랑시문학상 본상에 시인 김지하 씨가 선정됐다고 5일 밝혔다. 수상 시집은 '못난 시들'(이룸), 우수상에는 김선태 시인의 시집 ‘살구꽃이 돌아왔다’가 선정됐다.
김지하 시인은 지난 1969년 '황톳길'로, 김선태 시인은 1997년 '간이역'으로 각각 등단했다.
영랑시문학상은 현대문학사에서 순수 서정시를 개척한 영랑 김윤식(1903~1950)의 생애와 문학사적 업적을 기리고 그 정신을 이어받기 위해 2003년부터 수여하고 있는 문학상이다. 문학상 선정에는 시인 고은, 신달자씨 등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강진군은 "김지하 시인은 그동안 시인으로서 쌓아온 업적과 삶의 진정성, 작품성 등 문학사적으로 의의가 큰 시인이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한편 김선태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살구꽃이 돌아왔다’는 남도의 정서를 잘 노래하면서 상처와 성찰의 언어로 독특한 영역을 개척하여 여백의 울림과 삶의 다양한 형상들에서 구체적이고 세밀한 묘사를 통해 얻어낸 실감이 어우러져 남도의 노랫가락처럼 진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정중동(靜中動)의 미학으로 “바다 생명의 기막힌 아름다움”과 “심오한 생명의 지혜”를 터득한 시편들은 대상과 언어에 대해 깊이 천착한 뒤 완성시킨 리듬감 때문에 구수한 소리처럼 진한 감동을 선사하기도 한다. 그의 시는 언어로 그려내고 연주하는 한 폭의 산수화이자 남도의 노랫가락이다.
시상식은 4월 말 강진군 강진읍 남성리 영랑생가 일원에서 열리는 영랑문학제 기간에 있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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