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을 나는 나비 / 박덕규
나비가 떼가 날아간 자리
허공에 긴 뱀 같은 자국이 남는다.
늦게까지 놀다가
내 이마에 앉았다 가는 나비도 있다.
나도 나비를 따라 대문 밖으로 나간다.
긴 골목길을 따라가고 있다.
모퉁이를 돌아도
골목길이다.
길을 비켜 달라는 자전거 소리
채소 팔러 온 리어카
몰려다니는 동네 아이들
시장 갔다 오는 아낙네
그 사이를 나비가 가고
내가 간다.
때로 골목에는 나비와
나비를 좇는 나밖에 없다.
내가 날고
나비가 날 좇는 때도 있다.
골목이 일어나 나비를 좇고
내가 긴 골목으로 드러누워 있기도 한다.
나는 없고
나비 떼가 긴 골목이 되기도 한다.
모퉁이를 돌아
나비가 날고
골목이 날고
내가 난다.
큰길은 안 보이고
골목길이다.
이상화 시인을 추모하는 ‘2015 상화문학제’가 이상화기념사업회와 대구시수성문화원 공동 주최로 22일 대구시 중구 계산동 이상화고택 앞마당에서 열린다.
이날 행사에서는 문화공연과 문학상 시상 등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1부에서는 정가공연을 시작으로 연극인 박정자가 상화시인의 대표작인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낭독한다. 이상화 시인의 며느리인 정태순은 ‘기원무’ 공연을 선사한다. 2부 문학상 시상식에서는 시집 ‘골목을 나는 나비’를 출간한 박덕규 시인에게 제30회 이상화 시인상이 수여된다. 박 시인은 1958년 안동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성장했다. 경희대 국문과를 졸업했으며, 현재 단국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박 시인은 82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평론 부문에 당선됐으며 94년에 문예지 상상을 통해 소설가로도 등단했다. 시집 ‘아름다운 사냥’ ‘골목을 나는 나비’, 소설집 ‘날아라 거북이’ ‘포구에서 온 편지’ 등이 있다.
한편 23일에는 이상화기념사업회가 마련하는 ‘상화랑 영랑이랑 시도 읽고 차마시고’ 행사가 청라언덕에서 열린다. 이상화 시어가 찍힌 티셔츠를 시민들에게 무료로 배포한다. 일본인 미나미 구니카즈와 중국연변동북아예술가협회 최룡관 회장, 대구의 이하석 시인 등이 참여하는 한중일 국제 세미나도 23일 오후 3시 대구문학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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