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해항로1 / 장석주
- 樂工
누가 지금
내 인생의 전부를 탄주하는가.
황혼은 빈 밭에 새의 깃털처럼 떨어져 있고
해는 어둠 속으로 하강하네.
봄빛을 따라 간 소년들은
어느덧 장년이 되었다는 소문이 파다했네.
하지 지난 뒤에
黃菊과 뱀들의 전성시대가 짧게 지나가고
유순한 그림자들이 여기저기 꽃봉오리를 여네.
곧 추분의 밤들이 얼음과 서리를 몰아오겠지.
一局은 끝났네, 승패는 덧없네.
중국술이 없었다면 일국을 축하할 수도 없었겠지.
어젯밤 두부 두 모가 없었다면 기쁨도 줄었겠지.
그대는 바다에서 기다린다고 했네.
그대의 어깨에 이끼가 돋든 말든 상관하지 않으려네.
갈비뼈 아래에 숨은 소년아,
내가 깊이 취했으므로
너는 새의 소멸을 더듬던 손으로 악기를 연주하라.
네가 산양의 젖을 먹고 악기의 목을 비틀 때
중국술은 빠르게 주는 대신에
밤의 邊境들은 부푸네.
계간 ‘미네르바’가 주최하는 제1회 질마재문학상 수상자로 시인 장석주(56·사진), 질마재해오름문학상 수상자로 시인 고영(44)이 선정됐다. 수상 시집은 각각 『몽해항로』와 『너라는 벼락을 맞았다』이다.
심사위원들은 장씨의 시집 『몽해항로』가 “깊은 사유가 녹아있으면서도 감각적인 면을 생동감 있게 살려냈다”며 “자연사상을 통해 현대문명의 모순을 풀고자 한 점을 높게 샀다”고 평했다.
고씨의 시집 『너라는 벼락을 맞았다』에 대해서는 “상투성 또는 시류성과 담을 쌓고 제 자신의 시를 썼다는 점에서 개성적”이라고 평가했다.
질마재문학상은 10주기를 맞은 미당(未堂) 서정주(1915~2000)를 기리고자 올해 처음 제정된 상이다. 시상식은 29일 서울 대학로 함춘회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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