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 1 / 오세영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절제(節制)와 균형(均衡)의 중심에서
빗나간 힘,
부서진 원은 모를 세우고
이성(理性)의 차가운
눈을 뜨게 한다.
맹목(盲目)의 사랑을 노리는
사금파리여,
지금 나는 맨발이다.
베어지기를 기다리는
살이다.
상처 깊숙이서 성숙하는 혼(魂)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무엇이나 깨진 것은
칼이 된다.
춘설
nefing.com
“시는 한 시대의 발광체” 시는 우리에게 언어의 순도 높은 결정체며 문화 활동의 꽃을 뜻한다. 특히 아름다운 시는 우리를 변혁, 승화시켜 주며 한 시대와 세계를 불 밝히는 발광체로 타오른다. 시인 오세영은 그동안 우리 모국어를 갈고 다듬으며 새롭게 해석하여 문단과 사회의 한 풍경을 이루어 준 분이다. 그의 상상력은 동 시대의 감각을 넉넉히 수용해 내었고 아울러 전토의 발전적 수용에도 기능적으로 작용해 왔다.
- 제1회 소월시문학상 선정 이유서 중에서
오세영 시인의 작품은 익히 봐온 터라 그이 역량을 알고 있었다 ─ 박두진
사물에 대한 깊은 관조, 중후한 형상성으로 소월상의 영예를 한층 높였다 ─ 구상
공(空)과 실(實)을 달아 보고자 하는 철학적 시각과 어법의 탄력이 좋다 ─김남조
그는 평범한 일상의 사물 속에 허무, 시간, 존재와 같은 관념을 담는다 ─ 이어령
오세영은 소월이 이룩한 큰 시인으로의 길을 개척할 가능성의 시인이다 ─ 김용직
- 심사평 중에서
“눈 덮인 들녘에서 본 별 하나” 나는 밝은 대낮보다도 어두운 밤의 세계를 사랑한다. 숨겨져 있는 것들, 왜곡되어 있는 것들, 잊혀져 있는 것들, 버려져 있는 것들, 죽어 가고 있는 것들─이 모두는 밤이 부둥켜안고 뒹구는, 고뇌하고 꿈꾸는 연민과 증오의 목숨들이다. 태양이 외면한 이 밤의 사물들을 위하여 오늘 밤도 별들은 저렇게 빛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저 수많은 별들 중에서 나는 지금까지 나의 별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러나 1986년도 저물어 간 어느 눈 덮인 밤의 들녘에서 나는 비로소 보았다. 서편 하늘에 희미하게 반짝이는 별, 꺼질 듯이 떠오르는 별 하나를, 그리고 나는 오늘부터 그것을 나의 별이라 믿기고 하였다.
- 수상소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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