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이 지는 종소리 / 김수복
화성 용주사 저녁 범종은
가슴 깊이 숨을 들여 쉬었다가
멀리 몸속 항아리들을 내보내는데
아랫마을 사람들 둥근 가슴에까지
소리의 뿌리를 담아 재워서
뜰 앞 모란이 지는
그 슬픈 미소에
그 얼굴을 갖다 대어 보네
공주시(시장 오시덕)에서 지원하고 풀꽃문학상운영위원회(위원장 이준관)에서 주관하는 제3회 풀꽃문학상 수상자로 본상에 김수복 시인, 젊은 시인상에 류지남 시인이 결정됐다.
지난 9월 말까지 공주문화원(원장 나태주)에 자천 타천으로 2015년 10월 이후 출간된 시집을 대상으로 접수된 시집은 총 57권이다.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올려진 시집을 2016년 10월 5일, 공주문화원에서 오세영 서울대 명예교수, 최동호 고려대 교수, 이재무 시인 등 3명의 심사위원이 심사한 결과, 본상 부문에는 김수복 시인의 시집 《하늘 우체국》(시정시학)이, 젊은시인상 부문에는 류지남 시인의 《밥꽃》(작은숲)이 결정됐다.
심사위원들은 두 수상자를 결정함에 있어서 인생과 자연에 대한 아름다우면서도 진정성 있는 시심에 만장일치로 찬사와 지원을 보냈다. 시상식은 오는 21일 오후 2시, 공주문화원 강당에서 열릴 예정이다.
심사위원들은 제3회 풀꽃문학상 본상 선정 이유로 “이번 심사에서는 최종적으로 7개의 아름다운 시집들이 본심에 올라 각축을 벌였다”며 “숙고 끝에 김수복 시인의 시집 《하늘 우체국》(서정시학, 2015)에 수록된 <모란이 지는 종소리>를 풀꽃문학상 본상 수상작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특히 “김수복 시인은 문학적 연조가 깊어 자신의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공고히 형성해 온 시인”이라며 “이번 시집에서는 끝없는 자기 갱신을 통해 새로운 시풍으로의 혁신을 시도하는 점을 높이 샀다”고 말했다. 또 “그의 시는 인간의 깊은 진심을 표현하면서도 단시 형태의 간결미를 탁월하게 보여주고 있다”며 “김수복 시인이 언어적 탁마를 통해 선명한 감각과 이미지를 신선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의 응축미와 작품의 서정성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심사위원들은 “수상작 <모란이 지는 종소리>는 종소리가 마을 사람들의 가슴속까지 퍼지고 그 소리가 다시 모란으로 피어나는 장면을 감각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며 “시인은 미소를 지닌 얼굴에의 접촉감 속에서 생의 감각적인 아름다움을 여실히 드러내고자 했다”고 말했다. 특히 “범종이라는 광물적 이미지와 모란이라는 식물적 이미지를 결합하는 상상력이 독특하며 이를 통해 몸의 이미지에 깃든 새로운 체취를 형상화한다는 점이 신선했다”며 “이렇듯 수상작은 서정적 세계의 미적인 형상화의 수준과 그 언어 감각이 탁월해 맑은 서정시의 정통을 지키려는 풀꽃문학상의 본상 수상작으로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심사위원들은 또 풀꽃문학상 젊은시인상 선정이유로 “젊은시인상에 공모한 시인들 가운데에는 열정 가득한 시집을 통해 개성적인 작품 세계를 추구하는 수작이 많았다”며 “그 중에서도 심사위원들은 류지남 시인의 시집 《밥꽃》(작은숲, 2016)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다”고 말했다. 특히 “이 시집은 진솔한 일상을 작품으로 승화한 경우이되 애써 기교를 동원하거나 공교히 다듬지 않으면서도 투박한 진심의 가치를 전달하는데 성공하고 있다”며 “류지남 시인은 삶의 과정에서 소재들을 건져 올리고 그것을 깊고 정감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데 게을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의 작품에는 삶과 세계에 대한 애정이 풍성하게 드러나 있고, 이것이 작품 세계의 곡진함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데 주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심사위원들은 이어“수상작 <등>은 삶과 존재에 대한 따뜻한 관심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며 “이 작품은 외롭고 소외된 몸의 변방에 대해 무관심하지 않으며 그것의 가치를 온전히 드러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또 “등은 오지처럼 먼 곳이지만 따뜻함의 원천이면서 또한 어두운 장소이기도 하다”며 “이 시에는 먼 곳을 돌아보는 마음, 어두움을 받아들이는 마음, 따뜻함을 긍정하는 마음이 등장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세 가지 마음은 시인의 내면임과 동시에 세계를 대하는 자세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이 시의 중층적인 의미를 확인할 수 있다”며 “이렇듯 일상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여 자연스럽고 섬세하게 풀어놓았다는 점에서 <등>의 작품성에 찬사를 보낸다”고 말했다.
김수복 시인은 1953년 경남 함양 출생으로 1975년 <한국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지리산 타령≫, ≪낮에 나온 반달≫, ≪새를 기다리며≫, ≪또 다른 사월≫, ≪모든 길들은 노래를 부른다≫, ≪사라진 폭포≫, ≪우물의 눈동자≫, ≪달을 따라 걷다≫, ≪외박≫ 등이 있다. 편운문학상, 서정시학 작품상을 수상했고, 현재 단국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류지남 시인은 1961년 충남 공주 출생으로 1990년 <삶의 문학>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충남교사문학회, 충남 작가회의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고, 시집 《내 몸의 봄》,《밥꽃》을 발간했다 현재 공주마이스터고등학교 국어 교사로 재직 중이고 충남작가회의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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