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상] 눈부처 / 이기호
당신의 눈동자 속에 아지랑이가 보였어요
곧 봄이 온다는 걸 알았지요
당신의 눈동자 속이 아주 화안했어요
곧 꽃이 핀다는 걸 알았지요
당신의 눈을 통해서 세상을 보기로 했는데
그런데, 어느 날인가는
당신의 눈동자 속에 눈물이 맺혀 있던 걸요
나는 얼른 눈물을 닦았어요
이젠 안 울겠어요
누군가 울면 세상 모든 이들이
다 운다는 걸 오늘 알았어요
[우수상] 숫돌 / 도복희
칼날이 지나가기 위해서는 물을 적당히 축이고
일정한 리듬과 손목을 통해 가해지는 힘이 필요하다
한치의 오차도 없이 몸과 몸이 섞이며 만들어 낸
날 선 눈빛으로 아침이 싹둑 잘려 나간다
잘려나간 아침들이 오래된 공복을 든든하게 채우리라
받아들일 때마다 얇아지는 살들의 쓰린 기억을 잊고
내 몸은 늘 똑같은 자세로 너를 향해 눕는다
닳고 닳는 것이 내 길이어서 더 이상 물러설 곳 없다면
내 전부를 내어주며 빛나는 너만을 지켜보겠다
날 선 날이 지나갈 때마다 온 몸으로 토해내는 소울음
노래로 들릴 때까지 나, 부동의 자세 바꾸지 않겠다
검은 눈물이 앞강을 채우고 움푹 패인 유방암 환자의
절망을 고스란히 떠안는다 해도 네가 지나간 그 시간의
기억으로 즐겁게 우주를 떠다니고 싶다
바람이 되고 물이 되어 산천 구석구석
가벼웁게 휘돌아칠 수 있는건 사각의 한 생애,
너를 위해 고스란히 내어놓은 결과이다
살과 뼈로 남아 너와 쉼없이 부대꼈기 때문이다
징그럽고 품안으로 파고들던 칼날도 늘
똑같은 자세로 나를 향해 눕는다
경남 의령군이 제2회 천강문학상 수상자를 31일 확정·발표했다. 천강문학상운영위원회는 소설부문 대상에 '안개 소리'의 유정현씨(서울 59세), 시 부문 대상에 '토구(土狗)'를 출품한 박은영씨(대전 33세)를 선정했다.
시조부문은 장은수씨(서울 57세)의 '새의 지문-빗살무늬토기'가, 아동문학 부문에는 박재광씨(수원 37세)의 '돌배나무 두 그루', 수필 부문에는 정성희씨(대구 45세)의 '舞'가 대상으로 확정됐다.
각 부문별 우수상에는 시 부문은 대전 도복희씨의 '숫돌'과 서울 이기호씨의 '눈부처'가, 시조 부문은 전남 목포 박성민씨의 '벽'과 수원 김사은씨의 '껌이 내게로 와 꽃이 되었다', 소설 부문은 서울 홍지화씨의 '내 거울 속 달팽이'와 캐나다에 사는 김외숙씨의 '매직'이 뽑혔다.
또 아동문학 부문에는 대구 김규학씨의 동시 '등 돌리고 자면'과 인천 조명숙씨의 '바보 토우', 수필 부문에 부산 김혜강씨의 '격(格)'과 서울 장미숙씨의 '바지랑대'가 각각 선정됐다.
이번 작품 공모에는 모두 960명에 4965편이 접수돼 지난해 제1회 816명, 4482편에 비해 500편 가량 늘었다.
한편 시상식은 10월 5일 곽재우 장군 탄신 458주년 다례식과 병행해 곽재우 장군을 비롯한 휘하 17장령과 무명 의병들의 위패를 모시고 있는 충익사 경내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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