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숲 향기에 취하다 / 이상인
전라도 담양에 들어서면
여기저기 대숲 향기가 널려 있다
몇 개씩 먹감나무에 매달려 있기도 하고
빨랫줄 집게에 물려 펄럭이기도 한다
그 푸른 향기는,
참새 떼를 이루어 몰려다니거나
곤줄박이처럼 짝을 지어 다니면서
우리네 생의 울타리나 헛간을 뒤진다
고샅을 걷다가 어르신을 만나도
낯선 이를 만나도 눈인사와 함께
한 움큼씩 대숲 향기를 건넨다
받은 것은 호주머니에 고이 간직했다가
다른 이에게 따뜻하게 건네야 한다
그러니까
대숲 향기에 푸욱 젖어 들어야 한다
흔히 굴뚝에서 뭉게뭉게 피어오르기도 하고
밥그릇이나 숟가락에 얹혀 있거나
꿈속 밤 하늘에 펄럭이기도 하는데
아침에 시간의 이부자리를 털면
사그락사그락
서너 마리씩 날아오르기도 한다
어디론가 느리고 아늑하게 이끌어주는
담양의 푸른 대숲
마냥 취해서 더 깊이 빠져들고 싶은
사랑이며 추억이며 그리움이다
가사문학의 보고(寶庫)인 전남 담양군이 18일 제5회 송순문학상 시상식을 가졌다.
면앙정 송순(1493∼1582) 선생의 문학정신을 기리고, 한국문학 발전과 지역 문학의 저변 확대를 위해 마련된 이번 공모전은 지난 4월부터 10월까지 6개월간 진행돼 모두 87편의 작품이 접수됐다.
예비심사와 본심사를 거쳐 대상작없이 '백년을 기다린 대나무 꽃', '담양 대숲 향기에 취하다', '대숲에 이는 바람' 등 모두 3편의 작품을 우수상으로 선정했다. 우수상 수상자에게는 각각 5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됐다.
동화 분야에선 김덕령 장군과 영웅을 위해 꽃을 피우는 대나무 이야기를 엮어 나간 '백년을 기다린 대나무 꽃'이 문장의 서술이나 이야기 완성도가 높아 호평을 이끌어냈다.
시 분야에서는 '담양 대숲향기에 취하다'가 담양 전체를 아우르며 시적 소재를 취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시적 형상화에 노력한 점이 돋보였다는 평을 받았다.
소설 분야에서는 '대숲에 이는 바람'이 담양의 역사적 인물에 대한 고증 및 자료 수집 등의 노력을 기울인 점에서 우수작품으로 선정됐다.
군 관계자는 "담양을 소재로 한 시와 소설 등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담양다움을 간직한 뮤지컬, 연극 등의 새로운 문화콘텐츠를 만들어 담양의 신르네상스 시대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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