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에 / 장유정
수백 년 전 누에의 분묘가 발굴되었다
모서리죽임 같이 흙으로 쌓아올린 사각기둥
실을 짓던 시간들이 뭉쳐있었다
무한한 옷 한 벌 품은 실들이 껍질 속에 있었다
집을 바라는 열의의 모형처럼 타임캡슐엔
우주에 관련한 보고서도 발견되었다
집 한 채 따로 들고 나앉듯
방안에는 숨을 뽑아 날개를 만들고 있었다
좁은 침낭 속에 들어 잠을 자는 듯 죽어 있는 누에고치
자기만의 중심축으로
한곳에 치우침 없이
부드러운 곡선 속에 계속 굴러가는 방향지시등처럼
마찰계수가 작았을 것이다
뾰족한 끝이 보이고
자꾸만 균형 잃고 흔들릴 때
세상과 닿는 유연한 포장
쉼 없이 돌고 도는 지구의 자전처럼 모서리가 둥글다
잠자는 머리를 어느 쪽으로 돌리지 않은 것들은
화려한 변태를 겪을 수 있다는 듯
미사일 저장고를 개조하듯
우주선 캡슐에 건전지 넣는다
긴급 피난형 집처럼 누에가 고치를 짓고 있다
우화등선처럼 손끝에는
하얀 벌레가 한 마리씩 꿈틀거렸다
민족시인 수주 변영로 선생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전국 공모를 실시하고 있는 수주문학상 운영위원회(위원장 고경숙)는 '제19회 수주문학상' 당선자로 군포의 장유정 시인(본명 장봉숙)의 <누에>를 선정했다고 11일 밝혔다. 상금은 1천만 원이다.
문효치(시인,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문태준(시인)은 심사평을 통해 "시 '누에'는 과거의 시간을 불러내고, 옛 시간이 쌓인 공간 즉 분묘를 누에의 공간으로 바라보지만, 그 유택에 보관된 시간만큼은 둥글고 유연한 것으로 해석하는 부드러운 상상력이 특별했다. 개성적인 시안을 갖추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장유정 시인은 당선소감을 통해 "하얀 누에가 꿈틀거리며 고치를 짓고 있는 것과 마치 알 듯 모를 듯 시를 만날 때의 감정이 문득 닮았다는 느낌, 무엇보다도 수주문학상을 받게 되어 더 큰 영광입니다. 부족한 제 시에 면역력을 키워주신 문효치 선생님, 문태준 선생님 두 분께 큰절을 올립니다. 수주문학상의 시 정신을 이어받아 더 부단히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8월 1일에서 20일까지 접수된 462명의 작품 2,500여 편이 예심을 통하고, (40명 작품 선정) 본심(심사위원: 문효치 시인, 문태준 시인)을 거쳤으며 시상식은 2017년 10월 28일 (토) 오후 1시, 부천 송내어울마당 부천예총 교육실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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