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수진의 시가 춤추는 세상

푸른 호랑이1 / 이경림

설렁탕과 곰탕 상이에는 푸른 호랑이 한 마리가 산다

어떤 생의 무릎과 혓바닥 사이에는

어떤 생의 머리뼈와 어떤 생의 허벅지 살 사이에는

형언할 수 없는 슬픈 눈과 사나운 관능을 가진

푸른 호랑이 한 마리가 산다

저 높은 굴뚝을 천천히 빠져나가는 푸른 연기와

사라지는 뼈

사라지는 살들 사이에는

낡은 의자에 앉아 곰탕을 먹는 노신사와

그 앞에서 설렁탕을 먹는 시든 달리아 같은 아내 사이에는

그것들의 배경인 더러운 유리창과

산발을 하고 흔들리는 수양버들 사이에는

날개를 빳빳이 펴고 태양 속으로 질주하는 새

반원을 그리며 느리게 불려가는 바람 사이에는, 그래!

미친듯이 포효하는

푸른 호랑이 한 마리가 산다

지리산문학회(회장 곽실로)와 천년의시작(발행인 김태석)이 주관하는 '제6회 지리산문학상' 수상자로 시인 이경림(64)씨가 선정됐다.

수상작은 시집 '내 몸속에 푸른 호랑이가 있다'다.

심사위원들은 "생을 '푸른 호랑이'라는 이미지로 그려 나가면서 허상과 부재 사이의 '어른거림'을 하나의 느낌과 정서로 포착하고 있다"고 평했다.

경북 문경 출신인 이씨는 1989년 '문학과비평'으로 등단했다. 시집 '토씨찾기'와 '그곳에도 사거리는 있다', '시절 하나 온다, 잡아먹자', '상자들' 등을 펴냈다.

함께 발표된 '제6회 최치원 신인문학상'은 권수진(34)씨에게 돌아갔다. 수상작은 '붉은 모터사이클' 외 4편이다.

이씨와 권씨는 각각 상금 500만원과 200만원을 받는다. 시상식은 27, 28일 경남 함양군 상림공원 일대에서 펼쳐지는 지리산문학제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