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나는 안경을 벗었다 썼다 한다 / 이영수

 

 

나는 안경을 벗었다 썼다 한다 맑은 날과 희뿌연 날들의 차이는 엄청나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의 차이가 그렇듯 안경은 그 위험수위를 꼼꼼하게 따져 혼돈으로부터 날 구해 준다 내가 안경을 쓰면 안개들이 걷히고 아프리카 코끼리 들소떼가 막 몰려온다 안개가 몰려와 코끼리도 잡아먹고 들소떼도 잡아먹고 아프리카도 잡아먹힌다 내안경과도 흡사한 대식가의 입나도 세상을 먹고 있는 거지 걸신들려

 

안경을 벗으면 세상들이 안개처럼 빠져나간다 건물들이 흔들리고 서 있는 길들마저 꺼져 도시에는 늙은 바람만 몰려다닌다 내가 통째로 삼킨 아프리카 코끼리가 안경알을 깨고 정글 속으로 달아난다 핏줄을 따라 들소떼가 빠져나가자 서 있기가 힘들다 나 흔들리고 있는거니 저 보기 싫은 빌딩들의 정글을 아직 벗어나지 못했니? 식인종들의 종친회의는 누가 해골지팡이를 집어던져 난장판이 되었지 미친 사람들을 잡아먹지 못하도록 어느파가 몰표를 던졌니 그 무식한 족장들의 추격대가 날 발견했을까 안개의 정글은 흰 나무들만 돋보기 안경을 쓴채 나뭇잎을 읽고 있다

 

안경을 벗으니 배가 고프다 안경을 쓸까 말까

 

 

 

나는 안경을 벗었다 썼다 한다

 

nefing.com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