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 / 박판식
모자와 박쥐우산은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
어울리지 않는 물건 하나쯤은 누구에게나 있다
애완용 개는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 생명이 있다면
더 어울리지 않는다
내게는 딸이 없다, 나와 어울리지 않아서다
하지만 내 인생은 태어나지 않은 딸과 늘 동행하고 있다
웅덩이가 모자처럼 떨어져 있다 인생은
그 위를 지나가는 멀리서 온 구름이다
옷을 입은 개가 맨발일 때
이 경이로운 세상을 둘러보기 위해 얼굴이 세 개나 네 개로 늘어날 때
모자 대신 접시를 머리에 얹고 걸어도 이상할 게 없다
개업식 경품 행사로 1등 자전거에 당첨된 일이 있다
빵집 주인이 내 이름을 세 번 연속 불렀는데
끝내 나가지 않았다, 빵집은 반년 만에 폐업했고
이 시장 골목에선 흔한 일이다, 처녀 시절 아내가 키우던 개가 죽었다
개는 죽기 직전 젖은 걸레 위로 올라갔고
자신의 똥 위로 올라갔고 이부자리 위로 올라갔고 나의 배 위로
올라갔다, 죽은 개는 나와 어울린다, 개가 죽고 문득
아들이 태어났다
김춘수 시문학상에 박판식, 김상옥 시조문학상 박옥위, 김용익 소설문학상에는 조용호가 수상자로 결정됐다.
통영문학제추진위원회(회장 김혜숙)는 올해의 통영문학상 수상자로 김춘수 시문학상에 박판식 시인의 '나는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 김상옥 시조문학상에 박옥위 시조시인의 '조각보 평전', 김용익 소설문학상에 조용호 작가의 '떠다니네'를 선정했다고 26일 공식 발표했다.
2014년 통영문학상 심사는 시 부문에 이기철, 장석주 교수, 시조부문은, 윤금초, 홍성란 시인이 소설 부문은 임철우 작가와 김원일 교수가 맡았다.
시 문학상 수상자 박판식 시인은 1973년 생으로 경남 함양에서 출생해 동국대 국문과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문학과 경계’ 편집위원과 ‘문학선’ 편집위원을 역임했고 현재 동국대와 광운대학에 출강하고 있다.
그는 2001년 동서문학을 통해 등단해 2003년 대산문화재단 창작기금 수혜와 2004년 시집 ‘밤의 피치카토’ 2013년 시집 ‘나는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를 발간했다.
이기철, 장석주 심사위원은 “일곱 권 중에서 네 권을 최종후보로 검토했다. 문성해 시집 ‘입술을 건너간 이름’ 윤성택 시집 ‘감에 관한 사담들’ 이승희 시집 ‘거짓말처럼 맨드라미가’ 박판식 시집 ‘나는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 등이다.
네 분 시인들은 각자의 개성을 활짝 꽃 피우고 있어서 누가 수상자가 되어도 괜찮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심사자는 고심 끝에 독창성과 개성에서 놀라운 성취를 보여준 박판식 시집 ‘나는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 를 2014년도 김춘수 문학상 수상작으로 선택했다. 고 평했다.
김상옥 시조문학상 당선자 박옥위 시인은 한국 시조문학계의 중견 시인이다. 그녀는 1941년생으로 1967년 무렵 울산문인협회 한국지부회원으로 시를 쓰기 시작했다, 현대시조와 ‘시조문학’에 동시(同時)천료되면서 본격적인 문단활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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