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어머니의 호미 / 허석
고향 옛집 허청에 덩그러니
대 끊긴 유산처럼 홀로 걸려있는 호미
무너진 담장너머 숨어 있던 바람이
새척지근한 딴내를 한 움큼 떨구고 지나간다
서 있는 것이 죄이기라도 한 듯
따개비처럼 땅에 붙어 엉금거리는 생
비탈진 뙈기밭도 문전옥답만 같아서
자식새끼 양육하듯 밭이랑 끌어안는 시간마다
둥글게 몸을 말은 그림자도 뒤뚱거리며 뒤따른다
운궁법 익힌 마법사처럼
세상 모든 생명들을 심고, 키우고, 꽃피우는
날래고 능수능란한 호미놀림
노을이 붉게 물들고서야 간신히
눈에 띄는 빈자리 후비적대며 걸어 나오면
석고처럼 굳어진 몸뚱이
담장 싸리나무 꽃들이 한꺼번에 홍자색 울음을 터뜨린다
생떼 같은 식구들 먹여 살리느라
허구한 날 가슴이 타고 등뼈가 휘는 날들
잡초처럼 땅을 움켜쥐고 사는 손을
놓지 못하는, 그 인고는
갈퀴손 같은 신체의 일부가 된지 오래다
뼈를 갈아 자식 몸에 붙여주듯
닳고 또 닳은 호미
사마귀처럼 날씬하고 강단 있는 몸태는
조막손 같은 정물화로 남아
등 굽은 몸 그림자 밟으며 어머니가 걷고 있다
[우수상] 김장하는 날 / 나영순
가을이 버무려진다 햇살, 세월, 간정이어우러지는 어머니의 손길
손에 손에 더해질 때마다
속을 갈아입는 세상
손길은 늘 그렇게 왔었다
눈이 주는 믿음보다
손길이 주는 깊은 맛
어머니의 손맛처럼 세상을 김장할 수 있다면
속살 같은 맛을 낼 수 있으련만
가지 많은 나무처럼 제 각각 손맛이 달라
바람도 시시때때 다르다
김장도 때가 있어
철을 알아야 숙성이 자연스럽듯
김장과 함께 버무려졌을 눈물이 끝을 알아야
김장은 어머니가 된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대물림 되어야 할 하늘의 맛
손맛은 그리워하면서도 어머니를 기억하지 못하는 이변
어머니를 잊으면 바람은 더 이상 나무에 앉지 않는다
가을이 버무려지는 김장
어머니를 기다리는 바람
백교효문화선양회(이사장 권혁승)와 강릉문화재단(이사장 최명희 강릉시장)이 주관하고 강원도민일보가 후원하는 ‘제8회 백교문학상’ 대상 수상자에 허석(71·경남 함양) 씨가 선정됐다.
허씨는 시(詩) 작품 ‘어머니의 호미’로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됐다. 시 부문 우수상에는 나영순(67·여·대전) 씨의 ‘김장하는 날’이, 수필 부문 우수상에는 신숙자(54·여·울산) 씨의 ‘시금치 판돈’과 정현교(71·강릉) 씨의 ‘홀씨가 효자를 잉태하는 까닭은’이 각각 선정됐다. 시상식은 오는 10월 17일 강릉에서 열린다.
권혁승 백교효문화선양회 이사장은 “백교문학상을 통해 효 문학 작품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어버이에 대한 존경과 사랑이 우리 사회에 더욱 깊이 뿌리내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백교효문화선양회는 지난 2010년 ‘백교문학상’을 제정, 시상해오고 있다. 또 경포 핸다리 마을에 사모정(思母亭) 시비공원을 건립하고 사친문학(思親文學)지를 발간하는 한편 세계 유일의 ‘어머니 길(1.5㎞)을 탄생시키고 도내 중·고교생을 대상으로 ‘부모님을 그리는 시’ 낭송대회를 개최하는 등 효 사상 함양과 세계화를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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