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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덩이 / 김여정

 

 

어머니의 눈물이 방울방울 호박잎에 맺혀 있는 돌담길에 열세 살 어머니의 휜 고무신 한 짝이 조각배로 떠 흐르고 있었더란다. 어머니는 열세 살에 어머니의 어머니를 여의고 어린 세 오랍동생들의 어머니가 되어 호박넝쿨에 주렁주렁 슬픔을 키우며 살았더란다. 호박넝쿨에 호박이 주렁주렁 영글 무렵 열일곱 처녀 어머니는 물 설고 낯설은 아버지의 바다로 시집을 왔더란다. 밤낮으로 어린 세 오랍동생을 못 잊어 어린 명도무당의 휘파람 소리를 따라 어느 달 밝은 밤 몰래 보따리를 쌌더란다. 하지만 어린 새색시가 십 리도 못가서 아버지의 썰물에 쓸려 다시 아버지의 바다 가운데로 되돌아오고 말았더란다. 그 후로 어머니는 울타리 밑에 호박씨를 묻으며 피눈물 한 됫박씨도 같이 묻었더란다. 해마다 어머니가 심은 호박넝쿨에는 붉은 호박덩이가 사월초파일날 연등처럼 빛났더란다. 어머니의 세 오랍동생들은 어머니의 눈물이 별이 되어 빛나는 하늘을 미루나무 가지 사이로 바라보며 미루나무처럼 잘도 자라주었더란다. 어머니의 눈물의 전설에 따라 걷는 돌림길에 열세 살 어머니의 흰 고무신 한 짝이 하늘에 반달로 떠 있었다.

 

 

 

김여정 시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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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사가 주최하는 제4회 공초문학상 시상식이 1일 상오 11시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렸다. 이날 시상식에서 서울신문사 손주환 사장은 시 호박덩이로 수상한 김여정 시인에게 상패와 상금 5백만 원을 수여했다.

 

시상식은 손 사장의 식사, 공초문학상 심사위원장 장호 시인의 심사 경과보고, 문덕수 문예진흥원장의 축사, 수상 소감, 홍신선 수원대 국문과 교수의 수상자 작품세계 소개순으로 진행됐다.

 

손 사장은 식사를 통해 김시인의 시에 대한 남다른 열정과 치열한 시정신이 수상의 동인이 되었으며 30년 경력과 시적 노력이 수상의 배경이 되었을 것이라면서 서울신문사는 공초문학상이 국내 문학상 중 최고 수준이 되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시인 구상· 이원섭씨, 서울신문사 이동화 상무이사 주필·반영환 논설고문 등 공초문학상 운영위원, 시인 홍윤숙·이근배씨, 문학평론가 김용직(서울대교수유종호(연세대교수)씨 등 심사위원을 비롯해서, 시인 한분순· 이탄· 이은방· 한영옥· 추은희· 허영자· 이일향· 강계순· 이섬· 이나명씨, 소설가 홍성유· 김지연씨, 수필가 박현숙씨, 영화평론가 김종원씨, 문인협회 부이사장 성춘복· 함동선씨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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