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테스크 / 최승호
사나운 빗줄기가 유리에 흘러내리고 와이퍼가 빠르게 움직일 때, 천둥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며 번개가 밤하늘을 찢어 놓을 때, 고속도로 갓길에 차를 세워 놓고 나는 불현듯 그 기이한 문어를 떠올렸다. 발 하나를 떼어내듯 자신의 음경을 어둠 속으로 출발시키는 문어를.
달의 뒷면으로 하강하는 달착륙선처럼, 그것은 목표물을 향해 내려가고 있을 것이다. 태고의 흑암이 깔려 있는 바다에서 그 괴상한 음경은 홀로 떠돌아다니다가 마침내 원하는 것을 찾았을까. 눈 먼 채 개흙에 우글거리는 먹장어들이나 입 큰 아귀, 왕코브라처럼 성질 사나운 곰치의 먹이가 되지 않았을까. 눈앞에 벼락불이 떨어지고 천둥이 치고 사방이 점점 더 캄캄해진다.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은 제8회 대산문학상 수상작으로 최승호씨의 시 "그로테스크",이윤기씨의 소설 "두물머리"등 4개 장르 4편을 선정했다.
최승호씨의 시집은 우울한 일상이 빚어내는 팽팽한 시적 정취를 보다 보편성 있게 전달하고 있다는 평을,이윤기씨의 소설집은 담론과 이야기의 조화속에서 존재의 현상 밑에 감추어진 진실을 캐내고 있다는 평을 얻었다.
평론부문 수상작인 오생근 서울대 불문과 교수의 "그리움으로 짓는 문학의 집"은 비평의 상식적 온건함을 보여주면서도 깊은 통찰과 견실한 논리가 바탕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프랑스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이승우씨의 생의 이면 불어판 "L"envers de la vie"(고광단,장 노엘 주테 옮김)은 번역부문 수상작으로 뽑혔다.
희곡부문은 당선작이 없다.
본상심사는 유종호 정현종 이성부(이상 시),이청준 현기영 조남현(이상 소설),이재선 홍기삼 염무웅(이상 평론),이상옥 홍승오 김수용 조갑동(이상 번역)등이 맡았다.
수상자에는 상패와 상금 3천만원이 주어지며 시상식은 오는 24일 오후 6시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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