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와 나 / 김참
우리 집엔 귀가 넷 달린 거미가 산다. 내가 소파에 누워 책을 읽는 동안 배고픈 거미는 내 발톱을 갉아먹고 조금씩 살이 오른다. 내가 낮잠을 자면 거미도 내 귓속에서 낮잠을 자고 내가 노란 꽃 활짝 핀 해변을 거닐면 거미도 내 귓속에 누워 꿈을 꾼다. 어두운 부엌에서 늦은 저녁을 먹는 동안 거미는 줄을 타고 내려와 내 발가락을 갉아먹는다. 봄이 와서 마당 가득 분홍빛 모란이 피면 거미는 집 곳곳에 투명한 집을 짓는다. 벌레들의 무덤을 만든다. 우리 집엔 귀가 넷 달린 거미가 산다. 초승달 뜬 하늘에 하얀 별 총총 박힌 어둡고 깊은 밤 거미는 네 귀를 쫑긋 세우고 내 귓속에 하얀 알을 낳는다. 여름이면 새로 태어난 거미들이 집 곳곳을 기어 다닌다. 귀가 넷 달린 수백 마리 회색 거미들. 내 살을 파먹고 통통하게 살이 오를 작은 거미들. 장마가 지나가면 거미들은 투명한 줄을 타고 논다. 습하고 무더운 날이 계속된다. 거미는 내 살을 갉아먹으며 무럭무럭 자라고 나는 빨랫줄에 걸린 생선처럼 조금씩 야위어 간다.
지리산문학회와 계간 '시산맥'은 오는 10월31일 경남 함양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릴 제15회 지리산문학제에서 시상할 지리산문학상에 김참 시인이 선정됐다. 수상작으로 '거미와 나' 등 5편이 최종 확정됐다고 20일 밝혔다.
계간 '시산맥'과 지리산문학회가 공동 주관하는 지리산문학상은 시상금이 1000만원으로 전국 시인들이 선망하는 대표 문학상으로 도약하고 있다.
이번 제15회 지리산문학상은 최문자 시인 등 심사위원들이 오랜 검토와 격론 끝에 김참 시인을 수상자로 결정했다.
심사위원들은 “무엇보다 시적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안정감을 보여주고 있다”며 “시에서든 삶에서든 무엇을 얘기하기보다는 어떻게 얘기하는가가 중요한 문제로 그런 점들을 감안해 김 시인의 작품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고 심사배경을 밝혔다.
또한 지리산문학상과 함께 공모한 제15회 최치원신인문학상의 당선작은 정성원(43·통영)의 '안개제조공장 굴뚝에 사는 소녀를 아니?'등 5편이 선정돼 같은 날 수상하게 된다.
본심은 최문자 시인과 홍일표, 조정인 시인 등이 맡았으며 수상작품과 수상소감, 심사평 등은 계간 '시산맥' 가을호와 ‘지리산문학’ 동인지에 소개될 예정이다.
지리산문학상은 시상 전년도 발표된 기성 시인들의 작품 및 시집을 대상으로 하는 심사제로 운영된다.
지리산문학상은 함양군과 지리산문학회가 제정해 첫해 정병근 시인으로부터 유종인, 김왕노, 정호승, 최승자, 이경림, 고영민, 홍일표, 김륭, 류인서, 박지웅, 김상미, 정윤천, 조정인 시인 등이 수상했다.
함양과 지리산지역 중심으로 문학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하며 매년 ‘지리산문학’ 동인지를 발행해왔다. 문학회는 그동안 문병우, 정태화, 권갑점, 박철 등의 시인과 노가원, 곽성근 작가와 정종화 동화작가, 박환일 문학평론가 등을 배출했다.
이번 지리산문학상 수상자인 김참 시인은 김해 출신으로 1995년 '문학사상'으로 등단했다.
시집 '시간이 멈추자 나는 날았다', '미로여행', '그림자들' 등과 저서 '현대시와 이상향' 등이 있다. 현대시동인상, 김달진젊은시인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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