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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 강리


새벽마다 유리창이 잠을 깨웠다
얼음산 몇구비 방안에 들어섰고
발시린 보리밭은 퍼렇게 일어섰다
갈가마귀 두 마리 날개를 둥글게 말아
허공에 검은 울음을 쏟는다
싸늘한 구들장 철마산이 뒤척였다
저문 금숭화 빛으로 손등이 갈라지고
머리칼에 내려온 사락별이 빗질을 한다
창가에서 손톱으로 세상을 지웠다
하얀 산맥들이 우수수 무너지고
죽은 새울음소리 소의 혼령이 되어 지나간다
서릿구름이 산허리를 치댈 때
눈가루를 뒤집어 쓴 기차가
사내이름을 부르며 달려갔다
온마을 동솥은 아낙네 한숨을 끓이고
아랫마을 산모의 허기는 서까래를 들먹거렸다
겨울모퉁이에서 삭지않는 눈바람은 숨이 가빴다
아침 햇살이 으깨어진 길을 일으키며 다시 돌아왔다

 

 

 

#풀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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