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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잎은 시들지 않는다 / 손택수
하늘에 매가 없다 솔개 한 마리, 독수리 한 마리 없다 이게 새들을 절망케 한다 매서운 부리와 발톱에 쫓길 때 그는 차라리 그 죽을 지경 속에서 자신의 심장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겨울 아침 새들이 눈 쌓인 탱자나무 울타리 속에 와서 운다 아무런 장애물 없이 펼쳐진 저 드넓은 하늘을 두고 결사코, 여린 가슴을 겨누는 가시 밀림을 찾아든다
오늘 빙벽을 찾아 나선 사내들이 추락사했다는 뉴스가 있었다 얼음 속의 가시, 살을 쿡쿡 찔러대는 빙벽에 입김을 불어넣으며 팽팽한 밧줄을 타고 아찔한 빙벽 사이를 날아다녔을 새들
시들지 않기 위해 피어나는 잎이 가시가 된다 연하디 연한 이파리로부터 시퍼렇게 담금질한 무쇠잎이 된다 이파리 투둑 떨어지고 적설량에 와지끈 가지가 꺽어져도 잠들지 마라 잠들지 마라 겨우내 시들지 않고 남아 얼어붙은 땅을 찔러대는 가시
목련 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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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계간지 '애지'가 주최하는 제3회 애지문학상 시부문에 손택수 시인의 '가시잎은 시들지 않는다'가, 문학비평 부문에 권혁웅 씨의 '미래파'가 뽑혔다.
시상식은 12월9일 오후 6시 대전 유성 로얄관광호텔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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