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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고시원 / 이재원

 

 

안전화 동여매고

막노동 현장으로 나선다

인력사무실에서

공치고 오는 길

바람에 휘날리는 검정 비닐 봉다리

어매,

행상 파하고 사과 담아 귀가하시던

어매, 

생강 보따리 이고 장에 가시던

광장 비둘기는 끼릭끼릭 장난치며

지난 밤 추위 이기려 마신 뒤 토한

밥알 먹고 있다

꾸꾸르 꾸꾸

비둘기 꽁무늬 따라가면

어매 자궁 속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내 방은 216호

슬리퍼 신고 쭈뼛쭈뼛 방으로 들어왔다

옆방 217호에서 웃음소리 난다

혼자 왜 웃을까

내일은 어디로 팔려갈까

혹시 또 데마찌*

 

희망고시원

네 개의 벽 틈새

희망은 어디 있을까

 

* 일감을 공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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