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상] 문경새재에 갔다 / 최형만
조령에 서면 옛사람이 보인다
도포자락 너풀대던 선비도
봇짐 진 그림자도 서둘러 넘어가는 곳
억새풀 움켜쥔 돌길을 따라 걷다가
멀어지면 처음처럼 돌아본다
모가지가 얼어붙는 계절에 섰어도
새재의 풀포기는 피고 지고 또 피는 걸까
재를 넘어간 소식 없는 안부에
숨소리는 몇 갑자가 지나서야 돌아왔다
빛이 다녀간 길마다 들숨을 품고
벗겨진 무늬엔 그 밤의 별빛만 총총
하늘재는 몇 개의 계절을 이고 살았는지
구릉의 말은 물처럼 흐른다
젖은 날숨이 바닥으로 기울 때마다
마른 결기로 흩어지는 청운靑雲의 이름
궁리를 다한 숨도 비껴섰을까
풋내 나는 흙내를 끌어안고
새처럼 휘어간 새재의 후예들
허기진 등골에 그을린 바람을 읽는다
기쁜 소식 죄다 달빛에 숨겨 놓고
천 길 바깥까지 걸어간 사람들
풋눈에 엎드려 문희*聞喜를 적어보면
고개는 그늘의 울음까지 기억하는지
한 시대가 문경聞慶을 불러온다
아, 나는 호시절에 맨발로 왔구나
* ‘기쁜 소식을 듣게 된다’는 문경의 옛 지명으로 과거길과 관련 있다
[우수상] 문경새재, 멧발이 펼쳐지고 / 박봉철
험준한 길이라 새도 쉬어가게 하는
길마루에 젖어 고루한 고개처럼 유곡일까
깎아지른 벼랑의 이력들이 제 몫을 품은 채였다
숨 가쁘게 올라온 축성이 요충지가 되고
새재 곳곳 종일 수런대는 날갯짓, 새의 문자로 기록하는지
길목 몸피 마디마디 출렁이는,
이름 모를 나그네의 족적足跡이 선명하다
골골샅샅이 요충지로 이어가고
눈빗질에 목울대 곧추세우고
당당하게 사수하고 버티고 선
물오른 산줄기, 그 멧발이 펼쳐지네
녹음으로 짙게 물들이는
계절 초입 무성한 생각들이
늘 관문의 갑옷자락으로 휘날린다
한참을 걸어서
낮새껏 넘어가던, 너울가지 새재
철마를 타고 잊혀가는
한적한 발자취, 겅중겅중 달아나고
몸피에 그을린 너른 돌비석들, 즐비하고
저기 쭉 물레걸음하는 긴 관문,
총총 흙길로 뻗은, 문경새재는
고스란히 불그레한 역동域動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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