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손 / 김철
지금은 폐업한 저곳은
한때 똑같은 손들이 쉴 새 없던 곳
어떤 손에 맡겨도 척척 만들어지던 것들이
가끔은 손가락을 찌를 때
그때만 잠깐 달라지던 손, 손들
늙은 엄마의 똥 귀저기를 갈던 손
치켜든 주먹을 만류하던 손
도시락을 싸고 설거지를 하고
이스트처럼 부풀던 제빵사 필기 문제집을 넘기던 손
온갖 손들이 모여 똑같은 일을 하던 곳
가장 낮은 단가의 수량들이
최저임금으로 쏜살같던 곳
백 개를 조립하면 은전 몇 닢
만개를 조립하면 아껴먹어야 하는
아, 뿌듯한 삼겹살
언뜻 보면 백 송이도 넘는
활짝 핀 목련꽃같이 모여 있던 손들
그리고 형광등 아래 거대한 몸통의 자본
그 자본의 한 부분만 만들어 내던
가난한 밑천 같던 가내 수공업
조각만 만지다 전체를 잃어버리는
똑같은 손들의 저 아득한
하청의 하층들
전태일의 노동해방, 인간해방 정신을 기념하기 위해 1988년 제정된 ‘전태일문학상’이 올해로 27회째를 맞았습니다. 그 짝인 ‘전태일청소년문학상’도 올해로 벌써 14회째입니다.
제27회 전태일문학상에는 시 192명/753편, 소설 97명/118편, 생활·기록문 77명/104편이 접수되었습니다. 제14회 청소년문학상에는 시 145명/491편, 산문 149명/154편, 독후감 35명/35편이 응모되었습니다.
전태일문학상 시 부문 당선작은 「똑같은 손」 외 4편입니다. 시인이 선택한 제재들을 그려내는 상상력이 좋습니다. 노동에 대한 주제 의식도 깊습니다. 투고한 작품들 모두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단단해질 거라는 믿음도 들었습니다. 하청의 하층을 작업하는 손들, 단체 행동하는 블루컬러의 나무들, 스탬프를 먹는 저녁 등을 인식하는 시인의 시선이 환기력을 줍니다.
'국내 문학상 > 전태일문학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29회 전태일문학상 / 김정현 (0) | 2021.09.16 |
---|---|
제28회 전태일문학상 / 박이레 (0) | 2021.04.03 |
제26회 전태일문학상 / 강성남 (0) | 2018.09.14 |
제25회 전태일문학상 / 이온정 (0) | 2018.07.12 |
제24회 전태일문학상 / 김희원 (0) | 2017.07.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