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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상] 회복기의 노래 / 명호연

 

 

겨울이 서둘러 밤도망을 쳤다

지루했던 부채를 탕감하고

움츠렸던 막대온도계의 먼지를 닦는다

선명한 각혈

바람난 화초들이 화장을 한다

날 선 바람, 그 헛기침에도

묶인 팔들을 풀지 않던 고집센 뿌리들

저마다 제 살들의 안부를 묻는다

한 두릅의 햇살과 물의 화답

어지럼증, 아! 산들이 쓰러지고

침묵한다

뒤척이며 빈혈처럼 깨어나는

갈증난 목젖들의 거듭나기

비 갠 아침

시멘트 허기진 틈새로

식솔을 늘려가는 풀새들의 문안인사

아내의 손을 따라

소스라친 빨래들이 널려간다

 

 

 

  • 명호연 시집 <내 안에 그대가 갇혀있다>(좋은땅)
 

내 안에 그대가 갇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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