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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못 / 박용운


길에 버려진 못하나

무심코 걷어찬다

발길질에 도르르 굴러가는 못을 보며 문득,

누군가의 무릎을 걷어찬 느낌


어디에서 빠져나와 길에 버려졌을까


찌그러지고 허리마저 굽었다

무언가를 물고 버티었을 시간이 온몸에 흔적으로 남았다


호된 망치에 맞으며

모서리를 잇고 틈을 메웠을 작은 못하나

누군가의 힘찬 못질소리에 아침이 일어서고

세상은 허리를 펴고

언덕은 산이 되고


못이 빠져나간 자리는 얼마나 중심이 기울었을까


이제 알겠다

아궁이 재를 쓸어내고 재 묻은 못을 하나 하나 고르던 아버지

망치로 두드려 펴던 그 못들이

세상의 무게에 휘어진

아버지의 등뼈였음을


한 됫박의 못을 모아

삐걱거리는 대문을 고치고 외양간을 고치고

기울어진 방문을 바로잡던 사랑의 노역勞役

그 못질 소리에 우리의 키가 반듯해졌다


슬그머니 못을 주워 주머니에 넣는다

아버지가 늘 그러셨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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