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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 장마 / 신윤서

 

 

누이가 다녀간 뒤

도시는 장마권에 접어들었다

먼지 낀 창틀을 타고 검은 빗물이 흘러내렸다

짙은 눈 화장을 한 여자가

아파트 복도 끝에서 울고 있었다

여자들은 왜 모두, 문 밖으로 나와 울고 섰는지

누이는 왜 잿빛 승복차림으로

먼 길 떠도는지

문 안에서 여자들은 울지 않는다

무표정한 눈빛은 문밖을 나섰을 때 울음이

되어 터져 나온다

저 길 끝을 돌며

빗물과 함께 소용돌이치며 흘러가는

여자들의 눈물을 본다

장마가 길어지고

파르스름하게 깎인 누이의 무덤 같은 머리엔

무성한 생각들이 잡풀처럼 자라다 베어질 것이다

닫힌 문 안에선

빗소리로 번식하는 푸른 곰팡이들

누이가 미처 뿌리 뽑지 못한

입을 다문 말들이 창궐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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