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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 체험 / 신동섭
- 영화 '꽃입'을 보고 나오는 사내

이 조그만 우산으로
두명이서 쏟아지는 비를 막기에는 불가능했다
금새 몸의 반쪽이 젖어왔고 그는 포기한 듯
우산 밖을 나와 걷기 시작했다
우산은 더 굵은 빗방울을 만들어 냈다

'그녀는 죽은 걸까---.'
빗소리에 섞여 알아듣기 힘든 그의 목소리는
차가웠고
차곡차곡 빗물에 의해 닫혀 갔다
그는 연기 피어오르는 화장터처럼 더 굵은 빗방울을 만들어냈다
하늘은 점점 무겁게 도시를 향해 내려 앉았고
거리의 쇼윈도는 이유없이 눈물을 흘렸다

난 나즈막이 빗속을 향해 소리냈다
'내 고향은 광주야 그땐 포항에서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었지, 간혹 고향에서 올라오신 친척들과 아버지는 다투곤 했어 어떻게 그런일이 있을 수 있느냐. 군은 전경으로 착출됐지 광주는 우리의 최전방이야 그래 그때 모래시계를 찍고 있었어 야 저기 최민수다 난 아무렇지도 ---.'

빗방울은 단어 하나 하나를 삼킨 채 시멘트 위로
머리를 날렸다 그리고 보았다
도시의 거친 등가죽에도 그의 어깨위에도
피어나고 희고 우울한,
꽃잎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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