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빈 의자 / 윤정희
-사랑-
앵두나무 겨드랑이 밑으로
낡고 찢겨진 가죽의자
바람이 대문을 활짝 열고 들어서면
당신은 늘 그 자리에 앉아
삶에 무게 담배연기로
덜어내시곤 하셨다
때로는 하얀 꽃잎 바라보시며
눈가 잔가지에 열매를 맺고
계절이 당신 몸속에서 늙어져
나무껍질 속 묵은 시간들이
이랑을 만들어 추억을 심고
밤새 내린 이슬로 타 들어가는
영혼
당신은 조금씩 먼지바람으로
이승과 저승을 밤새도록 넘나듭니다
곰삭은 사랑 먼 산 어깨너머로
붉게 물들여 옅어지던 그날
하늘은 수없이 별들을 토해만 냅니다
찢겨진 낡은 자리엔
하얀 꽃잎이 내려 당신의
온기를 덮습니다
'전국백일장 > 혜산 박두진 전국백일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7 (0) | 2011.06.20 |
---|---|
제6회 혜산 박두진 전국백일장 장원 (0) | 2011.06.20 |
4 (0) | 2011.06.20 |
3 (0) | 2011.06.20 |
2 (0) | 2011.06.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