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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꽃 / 최윤희

 

 

그녀는 마술사

멀면 멀수록 달고 볼면 볼수록 짜다

맨손으로 버무린 간간한 나물이 그렇고

누더기 경전 같은 가게부 끝자락이

어딘가 절어놓은 파릇한 지페가 그렇다

찰랑거리는 아내 주머니 털털 털어

헐렁한 내 빈 지갑 채우는 일들이

가난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으나

그저 손시린 마술일 뿐

등 뒤로 소쩍새 울고

등짝을 쓸고 간 자리마다 소금꽃 핀다

얼마나 마르고 나면 설움도 저렇게 빛나는가

느닷없이 들이닥친 시뻘건 독촉장이

야만의 완장을 차고 검문하는 저녁

앉지도 서지도 못하는 생각들이

하나둘 몰려나와 눈을 흘겨도

밥상에 녹아있는 그 무엇이 아무래도 짜다

썩지말라고 썩지말라고

내 안으로 밀려드는 파도

 

출처 : 의정부문인협회
글쓴이 : 목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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