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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머리 꼭대기에서 놀아라 - 송창민 [연애 교과서]
무림의 악덕 고수에게 아버지를 단 칼에 잃어버린 청년, 아버지가 쓰던 검을 들고 천년계곡에 은거 중인 전설의 고수 不二斬을 찾아갔다.
"저에게 검을 가르쳐 주소서."
고수께서는 청년을 한 번 흘긋 본 것 만으로, 그가 검을 알게 된다면 불어닥칠 피바람을 느낀다(괜히 고수가 아니다). 고수는 아무 말 없이 실내로 들어가고, 그때부터 청년은 밥 짓기, 나무 하기, 물 떠나르기를 한다. 언제까지? 청년의 마음 속에 복수의 감정이 무뎌지고, 용서의 마음이 생기고, 결국 검으로 사람을 베는 것이 아니라 검으로 자신의 어둠을 벨 수 있을때까지. 물론 장작패기에 쓰이는 근육과 주먹을 내지를 때 또는 검을 휘두를 때 쓰는 근육이 똑같으므로 기초 근육 단련의 효과가 있고, 물을 떠나르면서 하체 단련과 균형감각 훈련이 된다지만, 솔직히 밥까지 짓게 하는 것은 그 시간동안 자신의 마음을 되돌아보라는 의미밖에 없다.
그렇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마음인 것이다. 그렇기에 전설의 고수들은 아무에게나 검을 가르치지 않았으며, 아무에게나 도를 전하지 않았으며, 아무에게나 힘을 주지 않았다. 그 사람의 마음이 진지해질때까지, 그 사람의 마음이 맑아질때까지, 그리고 그 사람의 마음이 진심이 될 때까지 마음 공부를 먼저 시켰던 것이다. 만약 不二斬께서 그 청년이 가르쳐 달라는 대로, 마음의 복수심이 가라앉지 않은 상태에서 검을 전해주었다면, 그 다음은? 피는 피를 부르고, 사람이 복수를 위해 죽는 것 만큼 허무한 일도 없다. 결국 모든 것이 안 하느니만 못 하는 것이 됨을 안 것이다(괜히 고수가 아니다).
아무리 선량한 마음으로 만든 기술이라도, 그것을 전달받아서 쓰는 사람의 마음이 어떻느냐에 따라 그 기술은 사람을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다. 똑같은 핵기술인데 좋은 마음을 가진 사람은 핵발전소를 만들고 나쁜 마음을 가진 사람은 핵무기를 만든다. 그러기에 기술을 전수할때는 조심에 조심을, 주의에 주의를 더 해야 하는 것이다. 이 기술을 받아서 쓸 사람이 진심인지, 아닌지.
[연애 교과서]의 저자 송창민도 두 번이나, 그리고 그 이상을 진심의 중요성에 대해서 말하고 또 말한다. 그러나 책이라는 것이, 읽고 싶은 부분만 읽으면 그만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비급을 적은 책을 아무에게나 전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비급을 잃어버리면 문파가 망해서가 아니고(물론 망할 수도 있다), 그 비급의 "진의"를 깨닫지 못한 채 기술만 익히는 사람이 나타난다면 그것이 미칠 영향이 보통이 아님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 책 [연애 교과서]가 지금 그 상태에 놓여있다. 송창민은 진심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하나, 여자를 어떻게든 "자빠뜨리고 싶은" 남자들은 진심에 대한 저자의 부르짖음은 싹 씹어 잡수시고 기술 부분만 익힌다. 결국 저자의 외침은 허공에 날아가 버리고, 남은 것은 연애 기술을 통해 자신의 소기의 목적(섹스하기, 돈 뜯기, 노예 삼기 등등)을 달성한 제비들과 피해자들 뿐이다.
[연애 교과서]는 철저히 남자에 의한, 남자를 위한, 남자의 책이다, 라고 하기에는 여성을 위한 내용도 들어 있으므로 유명한 20 80 법칙을 응용해서 이렇게 정의하자. 이 책의 80은 남자들을 위해, 20은 여자들을 위해 쓰여졌다. 따라서 이 책의 주 독자층은 당연히 남자여야 한다. 또한 멋진 연애를 꿈꾸는 남자들이라면 반드시 읽어봐야 한다. 이 책 하나만 읽어봐도, 나에게 올 질문의 99.9999%(이를 시그마 6 라고 하는 것 같다)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으로 이 책의 활약이 마쳐지기를 바란다. 즉, 핵기술로 핵발전소만 만들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저자 또한 이 책의 기능이 여기에서 마쳐지기를 바라며, 그래서 세상의 모든 진심들이 자신의 기술을 통해서 잘 전달되기를 바란다는 말을 책 여기저기에 부적처럼 붙여놓았다.
그러나 기술은 그런 것이 아니다. 핵무기가 만들어졌다고 했을 때, 그 기술을 발명한 누군가의 절규는 나가사키도, 히로시마도 구원하지 못했다. 절규는 절규였을뿐, 오용된 기술의 피해자들을 위로조차 하지 못했다. 바로 그 위험을 이 책은 안고 있다. 일면 책에 대한 칭찬이며, 일면 이 책을 오용할 제비 후보자들에 대한 경고다. 연애기술을 개발한 저자 송창민에 대한 내 최고의 찬사이며, 그 기술만을 도용해서 수많은 진심들을 짖밟아버릴 제비 후보자들에 대한 경고다. 이 책은, 사실, "진심확인서"를 발부받은 사람들에게만 주어져야 하는 최고의 비급인 것이다. 그러나 지폐 몇 장이면 이 책은 누구에게나 그 위험한 비급을 열어보인다.
너무한 걱정이 아니냐고 할지 모르겠다. 설마 진짜로 이 비급을 이용해서 여자를 짖밟는 남자가 있을까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까마귀는 검다"라는 명제를 뒤집기 위해서는, 단 한 마리의 하얀 까마귀만 있으면 된다.
나는, 진심도 아니면서 이 책에 나온 기술을 이용하여 한 여자를 짖밟은 남자를 알고 있다. 바로 이 책 48페이지에 나온 "만날때마다" 기술이다. 그는 그녀를 만날때마다 자그마한 초코렛을 그녀에게 주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것이 그 남자의 진심인줄로 알았다. 그러나 진심이 아니었다. 그 남자는 자신의 욕심을 위해 그녀를 이용해먹고 또 이용해먹으려고 하였다. 그녀가 그 남자가 진심이 아니었다는 것을 안 후에 지혜롭게 빠져나오기는 했지만, 그녀에게 남은 상처는 컸다.
(참고로 이 책의 제작 과정에 대해 광고와 인터넷을 통해 모은 정보로 짐작해보자면, 이 책은 저자가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에서 최고의 조회수와 추천을 기록한 글들을 모았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만날때마다" 기술은 최소 2년전에 이미 그 카페를 통해 알려졌을 확률이 높으며, 그렇다면 그 남자 또한 인터넷을 타고 도는 저 기술을 습득하고 그녀에게 이용했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왠지 오싹하지 않은가? 그 남자는 기술이 가져다주는 효과에 웃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컴퓨터 책상의 키보드 받침대를 부셔버리고 말았다 - 생각할 겨를도 없이 주먹이 키보드를 내리쳤다. 그렇게 분노한 적은 몇 번 없었다.)
이 책에 나와 있는 기술들은 정말로 효과가 크다. 문제는 그 효과가 너무나 커서, 진심이 아님에도 이 기술들만 적절히 응용한다면 상대 여자에게 착각을 일으킬 수 있다는 데 있다. 이 어찌 제비들에게는 최상의 비급이 아니리요! 이제 남은 것은 "속은 여자"들의 눈물 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렇게 칼럼을 쓰는 것이다.
여자들이여! 특히 20대의 여자 연애인들이여!
이 책을 반드시 읽기 바란다. 그래서 이 기술들을 머릿속에 깊이 깊이 각인시키기 바란다. 혹시 어떤 남자가 접근해올 때, 이 책의 기술들을 시전하면서 접근해온다면 빨리 눈치 채라. 아, 지금 이 남자가 그 책에 나온 기술들을 이용하고 있구나. 그렇다면 이 남자가 아무리 기술적으로 능수능란해도 진심이라고 착각해서는 안 되겠구나.
쉽게 말해서 남자들의 머리 꼭대기에 올라 서라는 말이다. 이 책을 뛰어넘는 기술 교본은 지금껏 나오지도 않았고, 앞으로 나올 수도 없을 것 같다. 한 권 읽고 남자들의 머리 위에 설 수 있다면 그 투자가 아깝지 않다. 눈 감으면 코 베어가는 세상인데, 그렇다면 눈 똑바로 뜨고 상대를 파악하려면 지피지기 백전불태다. 남자들이라면 권하지 않아도 찾아서 읽을 책이니까, 그러니까 여자들은 반드시 이 책을 읽어라.
그래서 남자들이 아무리 진심이 담긴 것 같은 행동을 해오더라도, 속지 말라는 말이다. 아무리 만날때마다 조그마한 간식거리를 쥐어 주고, 쪽지를 보내고, 편지를 써 주고, 이름으로 삼행시를 지어주고, 말을 잘 하고, 밀고 당기기를 능수능란하게 하더라도 절대 속지 말라는 말이다. 자신이 아는 모든 기술들이 여자 앞에서 무너지면, 진심이 아닌 남자는 포기하고 떠날 것이며(진심이 아니므로 떠날 수 밖에 없다), 진심인 남자는 회개할 것이다. 이기라는 말이다. 선량한 대한민국 남자들이라고 말하기에는 모든 남자들은 늑대이므로, 남자가 그 어떤 기술을 걸어온대도 다 받아 넘기라는 말이다.
여기까지 읽은 남자 중의 일부는 "그렇다면 그 책 볼 필요 없겠네, 여자들이 다 읽어버리면"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솔직히 그 책에 나와 있는 정도도 하지 못하는 남자는 "연애 탈락자"다. 연애할 자격이 없다. 연애의 방법을 모르는데 어찌 연애를 하랴?
즉, 남자들은 연애를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연애 교과서]를 읽어봐야 하며, 여자들은 진심도 없이 그저 "자빠뜨리기 위해" 덤벼대는 남자들의 머리 꼭대기에서 그들을 희롱하기 위해 [연애 교과서]를 읽어봐야 한다. 이 과정이 반복되다 보면, [연애 교과서]의 연애 기술들은 남자들의 당연한 매너로 정착될 것이며, 여자들은 남자들의 "기술"로부터 "진심"을 착각해내는 실수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결론은? 명랑연애 대한민국 짝짝 짝 짝짝.
이 책이 나왔음을 하늘에 감사한다. 이 책을 쓰신 송창민씨의 노고에 감히 감사를 드린다(자격 없다고 말씀하셔도 취소할 수 없다, 고집이다.) 그리고 이 책의 부작용은, 나의 노파심으로 끝나기를 간절히 바란다.
중요한 것은 속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여자들의 행동이다. 속고 나서 "모든 남자는 늑대야!"라고 절규하지 말고, 그대부터 여우가 되라. 그러려면 "늑대의 유혹" 기술부터 알아야 지피지기 백전불태, [연애 교과서]는 읽은 자에겐 행복의 첫걸음이며, 안 읽은 자에겐 불행의 시작이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