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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 법칙 / 채길우

  

아버지는 내게서 빌려간 사만 삼천 원을 오만 원으로 갚아준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만 원을 되돌려주고

그는 내게 오천 원을 다시 주고

나는 그에게 삼천 원을 내준다

 

우리는 조금씩 더 관대하게

너무 산술적이지 않도록

서로에게 모른 척을 해준다

에누리 없이 다가가

손 없이 건네는 잔돈들로

언젠가는 이 놀이가 지겨워지겠지

더 작은 것으로 나뉘지 않는

당연하고 지루한 사칙연산으로

지난날의 총합들이 우리를 계산해준다면

평균이 영일 때

우리는 겹쳐 있을까

아예 몰랐던 사이보다 멀어져 있을까

 

아버지는 영이 될 수 없는 분모

나는 그 위에 올라선다

 

아버지가 커지면 전체가 작아지고

내가 커지면 흔들거리는 생활 속에서

최대 최소의 공약수와 공배수를 따져가며

나이를 먹는 동안

우리는 닮고 닳은 각자의 수식들을

피부로 만든 연습장에 기록하고 쪽수를 넘겨왔다

 

서로가 약분되어

더 작은 것을 가지지 못할 때

내게 아이가 생기겠지

아버지와 아이 사이가 한없는 점들로 이어지는

하나의 선분을 긋고

나는 아버지에게서 내려온다

그리고 영은 될 수 없는 분모가 된다

 

아버지는 이제 허리가 휘고

흔적뿐인 분자가 비어

값은 거의 영에 가깝다

아버지에게 아이를 업히면

연약한 체중에도 휘청한다

아이는 계속 자랄 것이고

무용해진 지폐를 찢듯

얇고 가벼운 몸의 몫을 거스르며

삶도 나머지를 살아가게 된다

 

열 명의 인물이 모여

다른 한 위인의 동일한 가치가 되는

그런 수학은 잘해본 적 없지만

아이 열을 합해선 왜 한 아버지가 될 수 없는지

열 명의 아이를 원해도

어째서 아버지 열 명은 가질 수 없는지

내가 정말 태어나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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