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 위를 방랑하는 선원들은 마음의 등대를 찾고 있다. 외눈박이 희망의 불빛을 따라 외딴섬처럼 떠다닌다. 하늘길이 열리는 시간, 마지막 별빛마저 낮별로 사라지는 순간, 등대의 편지는 마침표를 찍지 못한다. 순항을 염원하는 불빛이 선원들의 코끝을 적시면 뱃머리는 가볍게 당신 곁으로 향하고 남은 자들의 바다는 밤이 오길 기다린다. 파도는 잔잔하게 등대를 바라본다. 또다시 떠오르는 태양 앞에선 언제나 등대는 바다를 끌어안는다.
꿈속 일렁이던 하늘을 바라보면, 통통 튕기던 기타소리 아스라이 울리던 바다, 톡톡 노크를 하면 희망의 불빛을 볼 수 있을까, 하늘길이 열리는 시간에 맞춰 기다리던 등대의 편지. 펼쳐보면 소중하게 간직해야 할 한마디가 있었다. ‘초심(初心)’
경남신문사와 심사위원 선생님께 감사의 인사 올립니다. 항상 든든한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던 부모님, 꿈의 시창작교실을 열어 주신 경남대학교 조기조 처장님, 김정대 원장님, 함께 공부하는 ‘자카’의 친구들, 국어국문학과 교수님들께 감사 인사드립니다. 믿음직한 일명 ‘9명의 꿈에 배고픈 아이들’과 저의 소중한 인연들이 있어 제가 이 자리에 선 것 같습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희망의 불빛을 가지고 초심 잃지 않겠습니다.
[심사평] 몰입, 반전의 시적 매력 뛰어나
신춘문예 시 부문 투고자가 지난해에 비해 많았다. 전국에서 많은 작품이 투고됐다. 엄격한 예심을 통해 본심에 올라온 작품도 14편이나 되었다. 소재도 다양하고 시의 맛들도 독특했지만 최종심에 4편 ‘어떤 습격’, ‘장미와 칸나 사이’, ‘록클라이밍’, ‘마드리드호텔 602호’가 남았다.
‘어떤 습격’은 노모와 아들이 은행나무를 털고 있는 모습을 그렸다. 은행나무에서 새를 발견하고 ‘내가 해마다 가을이면 털어낸 것들 모두가/새들의 노란 울음이었나’까지 이끌어 내는 힘이 돋보였다. 하지만 그 힘을 만들기 위해 시가 가진 산문성이 강한 것이 흠이었다.
‘장미와 칸나 사이’는 잘 쓰인 시다. 시를 만들어 내는 기술도 남달랐다. 같이 응모한 시들도 잘 다듬어진 시였다. 단지 기존의 문예지에서 읽을 수 있는 익숙함에 심사위원들의 우려가 있었다. 신인의 시에서 볼 수 있는 패기가 보이지 않는 것이 아쉬웠다.
‘록클라이밍’과 ‘마드리드호텔 602호’는 같은 수준의 시였다. 어느 것을 당선작을 뽑아도 좋았다. 당선작을 뽑는 것이 ‘진검승부’였다.
‘록클라이밍’은 힘과 절제가 뛰어났다. 그러면서도 빠르게 읽히는 속도가 있었다. 암벽타기를 인생에 비유해 독자들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날카로웠다. ‘추락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벽을 오른다’는 명제는 누구에게나 쉽게 감동으로 이어지는 시였다.
‘마드리드호텔 602호’는 오랜만에 만나는 신춘문예 풍의 시다. 28행의 비교적 긴 시인 데도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이 만만찮았다. 한 번 읽으면 끝까지 읽게 하는 환상적인 시적 매력에, 바다에 대한 이해력도 뛰어났다. 마드리드호텔 602호에서 시작되는 바다 이야기가 마지막에 가서 ‘하지만 이 호텔에는 602호가 없다’는 반전이 시의 맛을 진하게 느끼게 했다.
심사위원들은 숙독과 합평을 통해 ‘마드리드호텔 602호’를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당선자에게는 축하의 박수를, 진검승부를 겨룬 ‘록클라이밍’의 투고자에게는 내년에도 좋은 시로 만날 수 있길 바란다는 격려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