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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상] 편백나무의 영토 / 최류빈

 

 

면면이 창백한 사람들 어깨 접고 섰다

여기부턴 백의종군의 성토라는 듯 흰 돌 줄 지어 방어진을 펴듯

빙벽 너머에선 얼음 부서지는 소리 풋내 가시지 않은 고사리들이 손을 엮더라

물의 결정들이 고공침투하는 이 계절 예측된 왜란은 없다

 

나를 밀어낸 이 땅의 생채기다 아니 내가 속한 영토의 설움이다

나 밀어낸 저 이기의 숙명이다 아아, 너를 뒤덮는 물이-

함초롬히 오른다

 

그 속에서 고고한 죽문(竹文) 청화백자 하나

전운을 감지한 듯 바닥부터 미묘히 진동하고 있다

그저 대나무 줄기 죽비처럼 뻗어 저 장롱 속에 웅크리면

약탈될 뿐 절대 깨어질 일 없는 백자의 관상

왜놈들의 신줏단지라도 모시며 반짝거릴 수도

어디 가 빌붙어 치욕스레 요강이나마 살 수 있었다

바람 앞 불길이 거세, 고왔던 유약 다 녹아나는 시간

백자는 이토록 찬란한 사금파리가 되는 방식, 스스로 택한 거다

먼저 청학 날아가던 날개 깨 집어 아무렇게나 겨누고

부리가 그려졌던 조각 집어 칼처럼 끝을 맞드는 거다

고고한 외다리 학은 집어 치우고 털 뽑힌 민둥 두루미처럼

두 다리 벼락처럼 지상에 꽂는 비수

그 다음은 구름이 살았던 길을 어루만져보는 거다

깨진 구름이야말로 심장에 낮게 걸려 두려움 가려주는 방패를 살아

저기 굴러다니는 대나무 뼈와 깨지지 않는 학의 눈동자

구름에 가린 달처럼 푸르게, 붉게 점염하는 것이다

날카로운 끝 마다 이 생의 지문 다 묻히고

불꽃 속부터 다시 구워지는 탄신이 저 편에서 오는데

백의 벗고 푸른 눈동자 켜는 조각들 쩍쩍 대륙처럼 갈라지다가

눈동자 속 스테인드글라스로 딱, 휘영청 야밤의 빛 머금다가

 

숲의 육신에 가로줄을 긋고선 점멸하는 눈

초록에 새하얀 눈 침범해도 이 곳은 아무래도 편백나무의 땅

북유럽 어느 비밀의 숲처럼 아무리 밀어도

길쭉한 장대, 장승처럼 서서 하는 무언의 포효

표정을 지우고 곁을 내주면 장성을 쌓아

머리를 털고 탈고하는 계절,

 

눈 내린 편백나무 설경, 하얀 숲에서

깨어진 죽비 틈으로

붉은 상처 밀려 오르더라

 

 

 

 

오렌지 신전

 

nefing.com

 

 

 

의령군은 제9회 천강문학상 작품공모 944명의 1088편의 작품으로 하늘이 내린 의로운 문학상인 올해 수상자를 결정 발표했다.

 

의령군 천강문학상운영위원회가 주체한 제9회 천강문학상 수상자는 의병의 날인 지난 61일부터 731일까지 접수한 제9회 천강문학상 작품 공모에서 모두 944, 4842편이 접수돼 지난해 제8888, 4671편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참여자의 열기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하늘이 내린 의로운 문학상답게 천강문학상의 의미를 더해주고 있다.

 

분야별로는 시에 2701907, 시조에 111787, 소설에 142247, 아동문학에 동시 1541088편과 동화 70명에 218, 수필에 197595편이 접수됐다.

 

심사는 비공개로 하여 엄정하고 공정하게 진행됐으며 수상자는 예심과 본심을 거쳐 최종 결정됐다. 특히 예심은 물론 본심까지 심사위원들의 휴대전화기와 스마트폰을 모두 반납케 하여 심사를 진행했다.

 

심사위원들은 심사장소인 의령을 찾아 곽재우 장군과 휘하 17장령 및 의병들의 위패를 모시고 있는 충익사에서 참배를 한 후 천강 홍의장군으로 잘 알려진 곽재우 장군의 생애와 사상, 철학, 문학의 업적 등에 대해 설명을 듣고 심사에 임했다.

 

각 부문별 대상은 시 부문 대상에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유종서(51) 님의 나비물이 차지했다.

 

시조에는 광주 북구에 사는 이성목(57) 님의 쇠뿔, 소설 부문에 서울 마포구에 사는 조미진(55) 님의 중편 달려라 자전거, 아동문학 부문에는 경북 구미시에 사는 김수희(45) 님의 동시 덩굴장미, 그리고 수필 부문에 경남 함양군에 사는 허정진(61) 님의 냇내, 그리움을 품다가 각각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각 부문별 우수상은 시 부문에 광주 북구에 사는 최류빈 님의 편백나무의 영토가 차지했으며, 시조 부문에 경기 안양시에 사는 정미경 님의 목인’, 소설 부문에 전북 군산시에 사는 이준호 님의 단편 12조 제2’, 아동문학 부문에 경기 안산시에 사는 최은경 님의 동화 삼색 고양이, 냥고’, 수필 부문은 경북 포항시에 사는 안희옥 님의 청에 젖다가 각각 영광의 주인공이 됐다.

 

심사 위원은 본심은 시 부문에 시인이며 문학평론가로 진주교육대학교 교수이신 송희복 님이, 시조에는 시조시인 홍성란 님이, 소설부문에 소설가이며 경성대 교수이신 조갑상 님이, 아동문학에는 아동문학가인 배익천 님이, 수필에는 문학평론가이면서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학교 교수이신 유한근 님이 각각 맡았다.

 

예심은 시 부문에 시인 성선경 님과 시인 김수우 님, 시조 부문에 시조시인 변현상 님과 시조시인 정경화 님, 소설 부문에 소설가 김가경 님과 문학평론가인 가톨릭관동대 강동우 교수님, 아동문학 부문에 동시인 김이삭 님과 동화작가 박선미 님이, 그리고 수필에는 수필가인 허숙영 님과 수필가 이운경 님이 맡았다.

 

시상식은 곽재우 장군 탄신 466주년 다례식(2018107)에 즈음하여 오는 105일 금요일 오후 2시 의령군민문화회관 공연장에서 열린다.

 

시상금은 소설 부문 대상은 1000만원, 우수상은 500만원이다. 시와 시조, 아동문학, 수필은 대상에 각 700만원, 우수상은 각 300만원이다.

 

한편 하늘이 내린 의로운 문학상인 천강문학상은 의령군이 의병장인 곽재우 천강 홍의장군의 숭고한 뜻을 기리는 계기를 마련하고, 충의정신 함양 및 문학의 저변확대와 우수 문인 배출은 물론 인물의 고장인 청정 의령의 가치를 전파하기 위해 제정한 문학상으로 천강문학상운영위원회의 주최아래 의령문인협회가 주관을 맡아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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