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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대못 / 강태승

 

 

나무는 대못에 찔리고 책상이 되었다

차갑고 냉정한 못을 앞세운

망치의 발길질에

제 중심을 받고서야

집 되고 절도 되었다

어머니는 여섯 자식

여섯 대못을 가슴에 박고서

소슬한 한 채가 되었다

 

실한 대못은 똑바로 박혀

기둥 되고 서까래 되었지만

부실한 못은 바람불적마다

흔들려 망치질을 해야 했다

다른 곳에 박아도

자꾸만 흔들리는 녹스는 못에

어머니는 툭하면

녹물을 훔쳐야 했다

 

 

 

 

칼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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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상] 핸다리 어머니의 길 / 윤영자

 

 

물은 어미니 계시는 동에서 서로 흐르고

달은 밤새 외딴 구름을 등으로 밀어낸다

모태로부터 떠나본 적이 없어서일까

가다가 뒤돌아보는 오죽헌은 적막하기만 하고

여자의 길을 가야 하는 도리로 가슴이 북받쳐 올랐다

꽃비가 되어 흩날리는 마음의 궁색을

화폭에 담고서야 눈 비늘이 벗겨지곤 했다

오래된 별빛 같은 핸다리마을의 사모정

어린 율곡의 손을 잡고 한양으로 떠나는

사임당의 옥빛 내일을 기약하듯

멀리 흰 구름만 저문 산에 머물렀다

꿈속 같이 멀어지는 어머니를 다시 뵐 수 있을까

철없는 시간들을 믿어주고 기다려주신 사랑의 무게가

고향을 향한 발자국 끝에 통증처럼 붉다

오죽헌 발치 아래 경포대를 비추는 달

부딪히고 깨지는 생의 길목마다

어머니의 손끝 매운 가르침을 낱낱이 헤아려 보았다

새벽을 앞서 깨우던 어머니의 잔기침이

앞마당에 새하얀 폿설로 깊어질 때면

천 리 길 대관령을 하루에도 몇 번은 넘었으리라

소소하게 꽃 피우기 위해 뿌리를 낮은 데로 내리라는 말씀이

지고 또 피는 세우러 속에 피가 되고 살이 된 채

사무치는 모정의 애환은 온누리에 닿지 않는 곳이 없다

처음 사람의 길을 잇는 수많은 길 중에

어머니의 길이 온 천지에 눈부시다

 

 

 

구름 한잔하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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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상] 그날의 기억 / 양경모

 

 

할머니는 그날에도

바늘땀 소리로 창문을 열었을 것이다

봄으로 옷을 깁는 나무를 보았을 것이다

마른 기침소리를 내는 저녁에

나무는 굽은 길로 걸어가는

할머니를 보았을 것이다

한동안 강가에 앉아

눈에 밟히는 바람을 털어내지 못하고

동백꽃으로 떨어지는

울음을 보았을 것이다

나무도 따라 울었을 것이다

침묵으로 흔들리는 잎도

새파랗게 질린 채 몸져누웠을 것이다

거침없이 타오르는 불길로

온몸에 멍이 들었을 것이다

그날의 기억을 허문 집에

혼자 남은 감나무는

다정한 할머니의 목소리를 기다리다

아직도 허기진 그리움을

베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백교효문화선양회(이사장 권혁승)와 강릉문화재단(이사장 김한근 강릉시장)이 공동 주관하는 9회 백교문학상대상 수상자로 시부문에 강태승(58·서울) ,수필 부문에 이정순(51·강릉) 씨가 선정됐다.

 

강씨는 시 대못’, 이씨는 수필 오월에 띄우는 편지로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됐다.

 

우수상에는 이응철(70·춘천) 씨의 수필 사모곡’, 윤영자(76·경기 안산) 씨의 시 핸다리 어머니 길’, 양경모(54·강릉) 씨의 시 그날의 기억’, 이병식(71·대구) 씨의 수필 생선비늘이 각각 선정됐다.

 

시상식은 다음 달 20일 오후 2시 강릉 명주예술마당에서 열린다.백교문학상은 지난 2010년부터 부모님을 그리는 효사상이 담긴 시와 수필작품을 전국적으로 공모·시상하는 사친문학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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