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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미산 외 1편 / 홍서연
십이월,
마른 나뭇가지 위에 어미 새가 집을 짓는다
앙상한 바람 사이로
고집멸도의 지푸라기를 얹는다
하루 사흘 그리고 며칠,
바닥에서 퍼드덕거리는 아기 개똥지빠귀
모닥불이 훨훨 타고 있었다
휘이 휘이, 여린 휘파람 소리
나지막이 저 먼 치서 들리는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겨울 잎새 하나, 와불 와불 굴러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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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 너머
식물의 뿌리가 아래로 자라는 것처럼
폭포가 너의 우듬지를 때리는 것처럼
생활 밖으로 뻗어가는 중력은
어둠의 적막으로 향하는 것만은 아니지
세수를 하고 집을 나설 때마다
벽이 조금씩 조금씩 자라나지
어떤 옷을 입을까 고민할 때마다
벽은 조금씩 조금씩 부풀어 오르지
멀어지는 사랑만큼 벽 따라 골은 파이고
몸을 밀어 넣을수록 자라나는 욕망은 휘어지고
깊고 깊은 밥을 배부르게 먹고
달고 맛있는 잠을 늘어지게 잡니다
속눈썹을 붙이고 아이라인을 짙게 그리고 속옷을 고를 때마다
별똥별이 어릴 적 뒷산으로 몸을 누인다
보라매가 지상의 먹이를 향하여 수직으로 하강하듯이
떨어지는 소행성의 조각들, 타닥타닥 빛으로 떨어지고
접혔다 펴지는 굽은 가로등, 그리하여 환한 저녁이여
평범한 일상이 외출이 되는 중력 너머
흡사 다족류 우주인의 발처럼
한 발 두 발 밀어내면 낼수록 가까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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