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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상] 도요와 영산댁 / 박산하

 

 

제 몸피의 반을 버려 삼만 리를 난다는 새

삶의 반을 물속에서 살지만 물갈퀴를 키우지 않는 겸손은

멀리, 높이 날기 위한 것

칠게 한 마리를 잡기 위해 부리는 더욱 길어야만 했고

길어진 만큼 휘어졌으니

말랑말랑한 땅 농사가 얼마나 질척대는지

늪에 발을 담가본 사람은 안다

갯벌은 어찌 그리도 집이 많은가

그 집들의 문이 열리는 때를 도요만이 아는 건 아니다

영산댁, 뻘배 미끄럼 타지 않으니 허릴 굽힐 일 없지만

아슴히 멀어지는 바다만큼이나 사라지는 도요의 날갯짓을 맥 놓고 본다

그녀, 허리를 펼 때면

서너 발 발치에서 현란한 부리로 농락하던 새

그래, 도요가 갯벌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건 긴 다리 한 번 더 꺾기 때문,

갯바람이 뺨을 후려쳐도 온순해져야만 한다

만경의 끝 심포, 맘껏 부리지 못한 그 바다 저리 섬들을 키우더니

이제 제 입을 막고 그녀의 입마저 막는구나

두세 평 블록 방 양철지붕 숭숭 뚫린 구멍으로 바람은 새들어오고

진수치 못한 목선은 날마다 가벼워지는데

소주잔 들린 그녀의 손, 마치 사포 같구나

하지만 심포, 생합의 명성이 시들해지는 강둑에 도로가 나고

갯벌공원 또한 생기면 좋아질 거라며,

막내가 첫 월급으로 끼워준 누런 금니를 반 이상 드러내며 희죽 웃는다

 

 

 

 

고니의 물갈퀴를 빌려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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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상] 덤불설계도 / 정정례

 

 

가을덤불은 어둑한 그늘도 이사 간 빈 집이다

찬바람만 들고 나는 곳

햇살이 똬리를 틀던 뱀을 따라하고 있다

푸른 부피가 다 빠진 덤불을 보면 봄과 여름이 이사 간 빈 집 같다

흘리고 간 꽃잎 몇 장

빛바랜 잎사귀 몇 개 매달려있다

 

뼈대만 앙상한 것 같지만 사실 줏대 없는 것들끼리 지탱할 수 있는 유용한 설계도다.

그래서 봄에 꽃 필 때도 네 줄기 내 줄기 찾지 않는다

 

굳이 따지고 내려가면 꽃피는 계절이 훌쩍 떠난 뒤에 엉킨 줄기를 헤집고 확인할 필요가 없는 덤불. 잘 못 건드리면 주저앉을 수도 있는 것들. 가만히 두어도 제 자리를 지켜내는 질서가 정연하다

 

휘어지고 얽힌 집에 남아 있는 것은

수북이 쌓인 흔적들

이름을 찾기에는 물어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

때가 되면 스스로 호명을 한다

색색이 문패를 단다

 

빈 줄기 같지만 그 중 하나 뚝 잡아 꺾으면 물기 가득한 전류가

흐르고 있다

 

지금은 더 많은 양의 전류를 충전 중이다

잘 못 건드리면 줄기 곳곳에 날카로운 불꽃이 인다

꽃들이 피다 간 곳, 방전이다.

 

 

 

 

덤불 설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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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령군 청강문학상인 지독하게 더웠던 여름만큼 뜨거운 열기를 보였던 하늘이 내린 의로운 문학상인 천강문학상의 올해 수상자가 결정됐다.

 

 

4일 군에 따르면 천강문학상운영위원회(위원장 김채용 의령군수)는 제5회 천강문학상 수상자를 확정 발표했다.

 

소설 부문 대상은 경기도 고양에 사는 김주욱(46) 씨의 단편 <미노타우로스>가 차지해 상금 1천만원을 받게 됐다.

 

시는 대구 변희수(50)씨의 <>, 시조는 경북 김천 유선철(54) 씨의 <늦가을 문상>, 아동문학은 전북 군산 신솔원(43) 씨의 동시 <할머니의 등긁기>, 그리고 수필은 울산 박동조(64) 씨의 <거미>가 각각 대상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또 각 부문별 우수상은 소설은 최종미 씨의 단편 <로봇청소기와의 동거>와 박정원 씨의 중편 <암홍어>가 차지했고 시는 정정례씨의 <덤불설계도>와 박산하 씨의 <도요와 영산댁>, 시조는 김석이 씨의 <아우라지>와 성국희 씨의 <균열>, 아동문학은 우애란 씨의 동화 <천개의 돌탑>과 이서영 씨의 동시 <미안해서>, 수필은 현경미 씨의 <경계에서>와 허효남 씨의 <, 너를 더듬다>가 각각 영예를 안았다.

 

시상금은 소설 부문 대상 1천만원, 우수상은 5백만원이며 시와 시조, 아동문학, 수필은 대상 각 7백만원, 우수상은 각 3백만원이다.

 

시상식은 곽재우 장군 탄신 461주년 다례식과 병행하여 내달 2일 수요일 오후 5시 곽재우 장군을 비롯한 휘하 17장령과 무명 의병들의 위패를 모시고 있는 충익사 경내에서 열린다.

 

의병의 날인 지난 6 1일부터 7 31일까지 접수한 제5회 천강문학상 작품 공모에는 모두 1,030명에 5,142편이 접수됐다. 지난해 제4 1,034, 5,280편과 비슷한 수준이다.

 

분야별로 보면 시 275 2,001, 시조 110명에 816, 소설 172명에 285, 아동문학 동시 142 1,034편과 동화 86명에 258, 수필 245명에 748편이 접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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