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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대는 느리다 / 김남용
486 낡은 세대를 부팅한다
오늘은 느리다
바탕화면에 뜰 워드를 기다리는 동안
시상이 달아나다 쓰러진다.
고장나면 나의 생명도 시든다
많은 작품들이 한꺼번에 손상될 때
말없는 기계에 폭언하는 일은
죽은 친구에게 우정을 말하는 것처럼
싱거운 느림이다.
새로운 시상도 사라진다
결연히,
전원을 끈다
486 낡은 세대를 접는다
첨단 기술이 녹슬지 않은 노트북,
그러나 이미 이 세대는 느리다
586은 돼야…신제품이란 있는 것일까?
폐지더미에 깔려 있던 색바랜
원고지를 빼내오고
중학교 시절 기초 언어를 연습하던
만년필을 꺼내 잉크를 채운다
잠들었던 선들이 일어나고
맑은 점들이 알알이 번진다
지금까지 이들의 존재를 잊고 있었다
시간을 거스르는 일은 두려웠고…돌아볼
거울이라도 있었던가?
새로운 것을 바란다면 잊고 있던
기억의 서랍을 열어 뒤적여 보라
486세대를 서랍에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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