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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의 물 / 안태운

 

 

그는 안에 있고 안이 좋고 그러나 안으로 빛이 들면 안개가 새 나간다는 심상이 생겨나고 그러니 밖으로 나가자 비 내리고

비는 믿음이 가고 모든 맥락을 끊고 있어서 좋다고 그는 되뇌고 있다 그러면서 걸어가므로

젖은 얼굴이 보이고 젖은 눈이 보이고 비가 오면 사람들은 눈부터 젖어 든다고 그는 말하게 되고 그러자 그건 아무 말도 아닌 것 같아서 계속 드나들게 된다

얼굴의 물 안으로

얼굴의 물 밖으로

비는 계속 내리고 물은 차오르고 얼굴은 씻겨 나가 이제 보이지 않고

 

 

 

감은 눈으로 / 안태운

 

꿈으로부터 내쳐진다. 감은 눈으로, 일부러 눈 뜨지 않고 걸으면 나와 함께 내쳐진 논이 있고 논 위로 걷는 내가 만져진다. 보이지 않는 눈앞에서 그러나 내가 만진 것들은 다 사라지고 사라진 것들은 내 손을 멈추게 하고 손은 어둠에 익숙해진다. 걷고 난 후의 일들은 다른 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짚이 타고 있다. 눈 뜨면 꿈과 함께 내쳐졌다.

 

 

 

감은 눈이 내 얼굴을

 

nefing.com

 

 

35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자로 안태운(30) 시인이 선정됐다고 상을 주관하는 민음사가 4일 밝혔다. 수상작은 '탕으로' 50편이다.

 

민음사는 4“135명의 시인이 각기 50편 이상의 시집 원고를 투고한 올해 김수영 문학상에서 독특한 개성을 드러내는 에너지와 확고한 시 세계를 이끌어가는 능숙한 전개가 돋보이는 안태운 시인의 탕으로49편이 김수영 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심사에 참여한 강정 시인은 "유동적인 세계를 담아내고 있는 그의 시는 지하에서 지하로 흐르는 물처럼 언뜻 봐서는 눈에 띄지 않지만, 들여다볼수록 강한 기운이 느껴지는 문장들이었다. 지하에만 머물지 않고 간간이 지상으로 도약하는 듯한 문장의 꿈틀거림도 함께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수상작은 다음달 발행되는 격월간 문학잡지 '릿터' 3호에 실리고 단행본 시집 <탕으로>로 출간된다. 시상식은 다음달 20일 오후 730분 강남역 카페 빈브라더스에서 안 시인의 시집 낭독회로 열린다. 상금은 100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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