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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한도 가는 길 / 유안진

 

 

서리 덮힌 기러기 죽지로

그믐밤을 떠돌던 방황도

 

오십령 고개부터는

추사체로 뻗힌 길이다

 

천명(天命)이 일러주는 세한행 그 길이다

누구의 눈물로도 녹지 않는 얼음장 길을

 

닳고 터진 알발로

뜨겁게 녹여 가시란다

 

매웁고도 아린 향기 자오록한 꽃진 흘려서

자욱자욱 붉게 붉게 뒤따르게 하라신다

 

 

 

정지용문학상 수상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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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회 지용제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올해 열 번 째로 시행된 정지용문학상에 유안진57씨가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정지용문학상을 선정하고 있는 시와시학사에서는 올해 정지용 문학상 수상자로 지단 3월 유안진 씨의 세한도 가는 길이란 시를 선정했다

 

유안진 씨의 세한도 가는 길은 잃어가고 있는 한국적 아름다움을 독특한 미의식으로 조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유안진 씨는 지난 1965년 현대문학에 데뷔한 후 현재 서울대 교수로 재임하고 있는 중견작가이다

 

시집으로 '달하', '전망시편', '누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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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노래 / 이성선

 

 

큰 산이 큰 영혼을 기른다

우주 속에

대봉의 날개를 펴고

날아가는 설악산 나무

나는 밤마다 별 속에 떠 있다

산정을 바라보며

몸이 바위처럼 부드럽게 열리어

동서로 구름 가지가

바람을 실었다. 굽이굽이 긴 능선

울음을 실었다

해지는 산 깊은 시간을 어깨에 싣고

춤 없는 춤을 추느니

말없이 말을 하느니

, 설악산 나무

나는 너를 본일이 없다

전신이 거문고로 통곡하는

너의 번뇌를 들을 바 없다.

밤에 길을 떠나 우주 어느 분을 만나고 돌아오는지 본 일이 없다

그러나 파문도 없는 밤의 허공에 홀로

절정을 노래하는

너를 보았다

다 타고 스러진 뱃빛 하늘을 딛고

거인처럼 서서 우는 너를 보았다

너는 내 안에 있다.

 

 

 

정지용문학상 수상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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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회 정지용 문학상에 큰 노래의 이성선(53) 시인이 수상하게 되었다. 정지용 문학상은 지용회에서 매년 1명의 시인을 선정, 시상하고 있는데 시상식은 오는 13일 오후 6시 한국일보사 13층 송현클럽연회장에서 있게 된다.

 

이번 제6회 정지용문학상을 선정하기 위하여 박두진 시인등 5명의 시인, 평론가 등이 심사를 맡았다. 강원도 고성 출신인 이성선 시인은 67년 고려대 농학과를 졸업, 70'문화비평'시인의 병풍,목련등의 시를 발표하고 이어 72'시문학'새벽, 합창등이 추천되어 문단에 데뷔했다.

 

이 시인의 시세계는 자연과 합일된 원시적이고 원초적인 세계를 꿈꾸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는 특히 이번 정지용문학상 수상작인 큰 노래에서는 고산준령 속의 한 그루 거목으로 살고자 함으로써 지금까지 추구해 왔던 그이 시세계가 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시집으로 몸은 지상에 묶여도, 밧줄, 하늘문을 두드리며, 별이 비치는 풍경, 시인의 병풍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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