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바다문학상
채낚기 / 김숙영
조류의 방향을 따라온 길
지금부터는 어둠의 슬하다
달빛 아래 야광 줄이 주저하지 않고 빛을 끌어모은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제물로 바쳐진 미끼들
오로지 입술만 공격해야 한다
갈고리의 신호음이 울음으로 번진다
아버지는 여러 날 불황을 끝낼 거란 다짐을
밑밥으로 던진다
한 개의 낚싯대에 여러 개의 바늘을 걸어두었으니
바닥에 닿자마자 끌어올린다
장갑 속 지문이 다 닳은 손가락
운명선마저 지워져 버린 쩍쩍 갈라진 굳은살
감각이 다 사라진 줄 알았는데
물고기가 잡히는 순간 경련이 인다
이빨이 드러난 갈치의 체표가 반짝인다
해저 밑에서 나풀거리듯 칼춤을 추며 올라온 실루엣
비린 향기를 품은 은백색
아버지가 오랜만에 웃는다
그러나 만선만이 결론은 아니다
자식들 다 성장했으니
바다가 내준 만큼만 거둔다
느긋하게 물고기 아닌 생각들도 끌어올리며
트로트 한 소절까지 가미한 아버지
이 손가락이 다 잘려나갈 때까지
물고기를 낚을 것인 게 니들은 걱정 말고 공부만 혀라
그 목소리가 지금도 내 심장 속을 헤엄쳐 다닌다
아버지가 낚아 올린 것이 물고기만은 아니라는 듯
제15회 바다문학상 대상에 김숙영 씨, 본상에 김주선 씨, 찾아주는 상에 전병윤 시인이 선정됐다.
전북일보사와 ㈜국제해운이 주최하고 바다문학상운영위원회가 주관하는 ‘바다문학상’은 바다가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무량의 보고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문학을 통해 바다를 사랑하는 작가들과 함께 자연 친화 정신을 높이고자 매년 추진되고 있다.
지난 4월 한 달간 대한민국 국민을 대상으로 공모한 작품의 총응모자 수는 466명의 1,296편이었다. 시 부문에 364명의 1,092편이, 수필부문에 102명의 204편이 접수됐다.
심사결과 ‘바다문학상’ 대상에 시 부문에 응모한 김숙영 씨의 ‘채낚기’가 선정, 주제가 선명하고 따뜻한 작품이었다는 평가다.
본상에는 수필부문에 응모한 김주선 씨의 ‘바다를 한 상 차려놓고’가 뽑혔다. 바다를 향한 은밀한 언어의 조탁이 뛰어났고 그러면서도 자연과 인생을 관조하는 시선은 일품이었다는 설명이다.
시 부문 심사는 김년균 시인, 소재호 시인, 김영 시인이, 수필부문 심사에는 김경희 수필가와 전선자 수필가가 참여했다.
더불어 전북지역에 거주하고 해양문학 발전에 힘쓴 공로자에게 전하는 찾아주는 상에는 20여 명의 후보자 중에 전병윤 시인이 이름을 올렸다. 심사는 소재호 시인과 정군수 시인이 맡았다.
전병윤 시인은 1996년 3월 월간 ‘문예사조’로 등단해 첫 시집 ‘그리운 섬’과 제5시집 ‘바다의 언어’에서 바다에 관한 다수의 시를 창작해 바다 사랑을 노래했다. 진안문인협회장을 역임했으며, 제10회 온글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상식은 6월 15일 오후 4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2층 국제회의실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