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문학상/신라문학대상

제31회 신라문학대상 수상작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로 2020. 3. 15.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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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발굴되고 있다 / 방윤후


화석처럼 유적처럼


몇 억 년 후의 눈빛이 샅샅이 훑고 있다

캐릭터들이 화면에서 사실처럼 그려지듯

내 몸은 시뮬레이션 중


얼굴 주름처럼 점점 사라지고 자라목이 펴지면서

화소로 온전히 박동하고 있다

음악, 집, 자동차, 음식이 매장된

21세기 지층에서 표본으로 떠내는

누군가의 붓질,

멈칫멈칫 계통의 척추가 드러나고 있다


지구 대멸종 전후 살았던 일생이

조사되고 세밀히 분석되는 중이다


상아 없이 태어나는 코끼리,

긴 속눈썹의 태아들,

조류 곤충들의 돌출은 없었다


처음 수천 년의 변화가 백 년, 백 년이 십 년,

십 년이 불과 몇 달, 그 가속에서

추정되는 대량의 인류


편리는 문명을 채취하여 절멸로 이글리기도 한다

머리카락 혈흔 침만으로 분류되어

1,2초 후면 다운로드 된다

일망타진되는 진화는 얼마나 덧없는가


인공지능이 현생 생물을 대표할 때

완벽하게 복원되는 사람들이

무릎 꿇린 채 인터넷 공간에서

팝업창으로 분류되고 있다


발굴작업은 지쳐 간다

남은 생 끝까지 캐기에는 가치가 없는 걸까


생존이 도로 묻혀 지고 있다

나는 반쯤 드러났다 다시 덮인,

퇴화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