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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회 근로문화예술제 문학부문 당선작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로
2019. 6. 16.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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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상] 겨울 공단 / 임재동
겨울 해는
애인과 약속을 기다리는 여공처럼
일이 끝나기가 무섭게
재빨리 퇴근해 버렸다
종종종
교대 근무를 위해 공단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어둠,
겨울엔 일이 많아
하루에 서너 시간씩 꼭 잔업을 해야했다
지금 막,
교대를 마친
가로등이
일제히 야간 작업에 들어간다
거리를 따라
실직자들처럼 고개 숙인 나무들
정리 해고 당한 낙엽들이
호호 입김을 불며
구인 광고 앞을 서성이다 사라진다
이번 달엔
밀린 임금이나마 받을 수 있을는지
주택부금이며
아이들 학비며
어두운 하늘을 올려다보며 한숨 짓는
공장의 굴뚝들
오랜 철야 작업으로
뿌옇게 시력을 잃은 가로등 하나가
깜빡깜빡
흐린 눈을 부비고 있었다